패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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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 JUNG MYUNG SOOK&CO 대표

2013-05-02 오전 9:21:03

 


수입 럭셔리와 패스트 패션으로 양분되는 현실이라는 우리나라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생존할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그 중 한가지 방법은 핏(fit)이 좋은 옷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만큼 우리 체형을 잘 아는 디자이너가 없으니, 우리의 체형에 잘 맞는 옷을 만들 수 있다. 제아무리 예쁘고 값비싼 옷이라 할지라도 입는 이의 체형에 잘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디자이너란 ‘머리 속의 아이디어를 시뮬레이션해서 그것을 시각화 하는 전문가’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 차이가 적을수록 훌륭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그런 훌륭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악기 연주자가 같은 곡을 무수히 반복 연습해서 실력을 쌓아가는 것처럼.
 
다른 점이 있다면 옷은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소재, 디자인, 체형에 따라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야 하기때문이다. 아무리 스케치를 잘 해도 패턴을 통해 옷으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디자이너로 연륜을 쌓아가면서 ‘훌륭한 옷은 패턴이 좋은 옷’임을 알게 됐다. 디자이너는 피팅 모델이 옷을 입은 상태에서 디자인을 수정하고 완성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가봉을 잘 할 수 있는, 패턴을 아는 디자이너는 극소수다. 삼성 재직 시절 여성복 패턴 고문으로 프랑스의 디자이너를 모셔왔다. 당시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 옷을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보니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패턴도 감도만큼 선을 긋게 되고  디자이너가 원하는 옷의 패턴을 만족스럽게 그려주는 모델리스트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디자이너 만큼 많이 보고, 감도를 높이려는 노력은 부족하고, 회사도 모델리스트의 감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출장을 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다보니 어쩌면 디자이너 마음에 쏙 드는 패턴을 못 떠 주는 것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필자는 남의 손을 빌어서는 마음에 드는 패턴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 패턴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 퇴사 후 내 이름의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옷을 제대로 알기 위해 알렉산더 맥퀸처럼 남성복부터 다시 시작했다. 클래식은 모든 옷의 기본임과 동시에 집약체다. 고객 한사람 한사람의 체형에 맞추는 비스포크는 스타일이 단순한 대신 고객의 몸과 하나가 되는 완벽성을 요하는 옷이다.


결국은 패턴을 알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테일러가 패턴을 뜨지만, 고객에 맞게 가봉을 하면서 고객의 체형에 맞는 디자인을 완성한다. 마치 조각을 하듯 늘리고 깎아내는 과정을 통해 고객의 몸과 합일되는 옷이 완성된다.


클래식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고, 여성복 프레타 포르테 라인을 익스텐션했다. 이미 너무 많은 천재 디자이너들이 좋은 디자인을 쏟아냈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독창적인 디자인을 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드레이핑으로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더미 위에 머슬린을 올리고, 오랜 시간 씨름하다 보면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새로운 디자인을 만나기도 한다. 2012/13 F/W서울패션위크 패션쇼의 컬렉션은 모두 직접 패턴을 제작했다. 드레이핑으로 풀어나간 컬렉션에 대해 프레스와 바이어들이 다행스럽게도 호평을 해주었다. 자랑같지만 ‘완성도 높고 컷이 아름다운, 조각 같은 옷’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었다.


필자가 아는 유명 디자이너는 근무시간 중 70~80% 이상을 샘플 가봉을 하는 일에 할애한다. 경쟁 브랜드의 옷이 엉성해 보이는 반면, 완성도 높은 그 브랜드는 마켓에서 독보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과 소비자가 입어 편한 옷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인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가 좋을지는 모르나 패턴을 모르기 때문에 옷에 대한 완성도는 떨어진다. 결국 비즈니스를 잘하는 브랜드는 보기에도 좋으면서 옷 안에서 몸이 편안한 옷이다.


가격이 싼 옷과 비싼 옷이 소재나 디자인, 봉제의 차이는 예전만큼 크지 않은 것 같다.


패턴이 좋으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과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결정적인 역할이 달라진다.


특히 타깃 연령이 높을수록 소비자가 옷을 선택할 때 패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신체의 결점을 커버해 주면서 장점을 극대화 하는 패턴, 보기에도 좋지만 입어서는 편한 옷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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