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동대문 도매시장은 유례없는 불황이라고 불릴 만큼 침체를 겪고 있다.
‘큰 손’이던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과 중국·일본 바이어들이 샘플만 사다가 자체 제작으로 원가 절감에 나선데다 대형 SPA의 영향으로 지방 중소상권의 보세 매장들마저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20%는 매출이 빠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그래서인지 빼곡히 줄지어 서있어야 할 지방 버스 정차장에 드문드문 빈 공간이 보일 때도 많다.
‘거상’으로 불리던 이들 중 일부는 중국 광저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도 하고 아예 사업을 접고 업종을 전환한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2005~2006년 즈음 시작된 가격 경쟁에서부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당시 본격적으로 온라인 쇼핑몰들이 성장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촉발된 동대문 가격 경쟁은 2008~2009년을 즈음해서는 거의 전쟁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특히 오픈마켓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되면서는 노골적으로 전쟁을 부추겼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5~6년 넘게 가격 경쟁으로만 치달았기 때문에 디자인 개발이나 품질 향상에는 신경 쓸 여유가 없었고 1차 소비자인 온라인 소호몰과 중국·일본 바이어 이탈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틀녘이 가장 어둡다고 했나. 최근 동대문에 새로운 기운이 움트고 있다.
단독 소매 매장 하나 없는 도매업체 브랜드가 네이버 검색 순위 1위를 줄곧 유지하고 있는가 하면 젊은이들이 모이는 인터넷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신상품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아우성(?)과 ‘득템’의 기쁨을 나누는 글이 가득하다. 브랜드명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관련 검색어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의 포스팅으로 도배가 된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을까. 기자는 새로운 ‘플레이어’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최근 만난 ‘잘 나가는’ 동대문 상인들은 대부분 3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에 성공 브랜드 대열에 오른 케이스다. 이들은 20대 초중반을 동대문에서 직원으로 일하며 자신의 꿈과 비전을 키워 서른이 넘기 전 창업을 했다. 잠을 하루 3~4시간씩 자면서도 성공을 위해 달렸으며 가격으로 경쟁하기 보다 좋은 디자인, 높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유행의 흐름을 좇아 무작정 만들어 팔기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지키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결국 이들은 론칭 2~3년 만에 동대문에서 내로라할 만한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이들을 만나면서 1990년대 중후반 이지캐주얼 시장 태동기에 탄생했던 1세대 동대문 스타 브랜드들의 스토리가 생각났다. 지금은 증시에 상장까지 한 어엿한 중견 패션기업도 있지만 당시만해도 동대문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밤낮없이 뛰었다.
물론 당시와는 시장 환경도 다르고 형태도 다르다. 하지만 기존에 전체 패션 시장을 지배하던 패러다임이 저물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시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기존 강자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소멸할 때 새로운 강자가 스타로 떠오른다는 것은 국내 패션산업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동대문에서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기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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