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5일부터 6일간 서울 여의도 IFC서울과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2013 F/W 서울패션위크가 대장정을 끝마쳤다. 지난해에 비해 예산이 6억원이나 삭감되는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된 행사는 외형상으로 성공한 듯 보인다.
이원화된 장소에서 서울컬렉션이 진행된 점은 새롭고 참신한 시도였고, 70명이 넘는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치른 것은 2000년부터 시작된 통합 서울컬렉션의 역사상 가장 큰 규모다. 행사장을 방문한 관객 수도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 패션쇼를 보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패션쇼에 나오는 모델보다 더 화려한 사토리얼리스트(패션니스타보다 더 옷을 잡 입는 일반인의 통칭)이 화려한 패션으로 행사장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올해 스트리트 패션을 다룬 블로그는 그 어느 때 보다 풍성했다. 행사장 관객들의 패션으로만 본다면 세계 4대 패션의 스트리트 패션과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아쉬움과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행사였다.
먼저 온-오프라인을 합한 전체 미디어들의 패션쇼에 대한 전문성 결여 혹은 홀대였다. 특히 인터넷의 피해라 해야할지, 언제부터인가 서울패션위크는 인터넷 미디어와 파워 블로그가 여론을 주도한다. 여기에 캣워크 파파라치(?)들이라도 나타나면 쇼 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다. 행사가 실시간으로 소개되는 듯 하지만 기사 주인공은 디자이너나 패션쇼가 아닌 패션쇼에 오신(?) 스타님들이다. 제대로 된 비평이나 크리틱 기사를 읽어볼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계 출신의 영화 평론가와 영화 전문 미디어가 주도하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 집단의 제대로 된 패션쇼에 대한 평가가 나와야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하는 명분을 찾을 수 있다. 행사 홍보를 위해 블로거뿐 아니라 학계와 저널리스트로 구성된 패션 평론가 집단의 제대로 된 패션 비평이 필요하다. 이 대목에서는 예전에 발행했던 데일리 서울컬렉션 부활도 고려해 볼 만하다.
두 번째로는 시스템의 부재다. 지난 13년간 1년에 두 번씩 26번에 걸친 행사를 치렀지만 여전히 행사 진행은 투박하다.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1년 단위로 주관사를 바꾸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매년 같은 실수와 오류를 반복한다. 그 모든 피해는 패션쇼의 주인공인 디자이너들의 몫이다. 적어도 행사를 총괄하는 총감독만 있어도 이렇게 어설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산만한 행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행사가 바뀌어도 서울시가 손을 떼어도 안정적으로 서울패션위크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과 매뉴얼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세 번째는 서울패션위크의 정체성 모호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춘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해외 수주를 위한 컬렉션 행사인지 아니면 서울 시민들을 위한 문화 행사인지 무척 헛갈린다. 철저하게 출입을 통제하는 바람에 여의도 Three IFC 54층 비즈니스 룸에는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의 상담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고 1층 프레스룸도 한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프레스와 바이어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개방된 서울패션페어는 앞으로 서울컬렉션과 분리해서 운영해야 할 것이다. 굳이 서울컬렉션 기간에 맞출 필요 없이 과감하게 일정을 앞당겨서 실질적인 전문 수주 바잉쇼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 서울패션페어도 서울창작스튜디오 사업처럼 외주전문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것이 맞다. 서울패션페어는 계륵이 아닌 또 다른 창조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야 한다.
내년 3월 3일 3시에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오픈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기대도 크고 관심이 높다. 그 곳이 내년 3월에 열리는 서울패션위크 장소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실망도 키운다. 삼성동 섬유센터에 패션쇼 장을 만든다고 했을 때 많은 디자이너들이 기대를 가졌지만 실망이 더 컸던 과거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DDP의 정체성은 서울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패션쇼 공간은 디자이너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실망스러울 수 있다.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실 한 곳에서 열리는 패션쇼는 관람의 편의를 제공해 주거나 운영의 편리함을 도모할 수 있지만 70가지 색깔의 다양성을 보여주기에는 한계도 많다. 패션쇼 장소 문제는 다음 시즌에도 여전히 화두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와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소통과 타협이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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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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