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이 오면 우리는 T.S. 엘리오트의 ‘황무지’에 나오는 ‘가장 잔인한 달’이란 구절을 떠올릴 것이다. 이 말은 ‘봄은 왔는데 나에겐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는 쓰라린 마음을 노래한 것이다. 마침 우리 패션 업계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으며 ‘가장 잔인한 달’을 맞고 있다.
그나마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 관광객들이 명동과 동대문 시장 등에 몰려들며 ‘가뭄의 단비’를 내려주고 있어 다행이다. 이들이 휩쓸고 지나가는 자리는 중국 시장이 과연 ‘기회의 땅’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패션 업계가 포화 상태인 내수 시장의 구조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까운 중국 시장에서 수요를 늘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 중국은 이제 ‘세계의 생산 공장’이 아닌 ‘공룡 시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이미 생산 공장은 중국을 떠나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 성공과 실패의 기억을 떨치고 새로이 중국 시장 진출 전략을 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아직 남아 있는 ‘한류 열풍’에 ‘K-패션’을 실어 보내기 위해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한류 열풍’도 잘 들여다 보면 이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도와준 데 힘 입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한국적인 것에 세계적인 문화를 잘 섞어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을 만들었고, 각 나라의 우리 친구들이 ‘한류 열풍’이 그 곳에 불도록 도와 주었다. 이는 중국이라는 공룡 시장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지침을 알려주는 것 같다.
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목마’가 생각난다. “트로이의 목마는 뛰어난 목수이자 권투 선수였던 에페이오스가 만들었다. 그리스인들은 전쟁에서 철수하는 체하고 근처의 테네도스 섬에 정박하고 있었다. 뒤에 남은 시논은 트로이인들에게 ‘이 말이 트로이를 난공불락의 성으로 만든 아테나 여신에게 바치는 제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로이인들은 이 말을 성 안으로 들여놓았으며, 이 말 안에 들어 있던 그리스 병사들은 그날 밤 성문을 열어 그리스군을 들어오게 했다.” 이 이야기는 무작정 ‘트로이 성’을 공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목마는 우리가 만들지만 성 안에 들어가는 것은 그들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 전쟁과 마케팅은 다르지만 어느 정도는 닮은 꼴이라는 생각이다.
우선 우리는 ‘목마’를 잘 만들어야 한다. 중국 시장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것. 국내 시장에서 뛰어난 인재라고 그 곳에서도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중국어는 물론 그들의 관습과 문화를 공부한 젊은이들을 모아 패션 전문가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단체, 그리고 패션 기업이 나서야 한다.
실력을 갖추고 난 다음에는 우리가 그들의 친구라는 진실한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중국 현지의 유통 기업이나 패션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은 규모 면에서 우리보다 월등히 커서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지만, 서로 신뢰하고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작정 달려들어 피를 흘리기 보다는 ‘목마’를 성 안에 들여놓기 위해 그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빼앗아 갈 것이라는 두려움을 버리고, 믿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의 유통 구조와 상관습을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며, 호기가 왔을 때 우리의 전문가들이 성문을 연다면 우리 기업들이 손 쉽게 성 안에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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