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 웅웅-
아침 6시, 난데없이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 소리를 낸다. 행여라도 잠든 아이가 놀라 깰까봐 진동 전용 알람 애플리케이션을 깔았는데 효과만점이다. 씻고 나오니 아이가 깨서 엉엉 울고 있다. 황급히 아이를 안고 비상용 앱 ‘뽀로로와 노래해요’를 틀어준다. 아이는 언제 울었냐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뽀로로에게 빠져든다.
‘띵똥’
화장을 하고 아침을 먹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다시 울린다. 날씨 푸쉬 알림이다. 오늘은 낮 최고 기온이 10도로 비교적 포근하겠단다. ‘어제 입었던 두툼한 외투는 입지 않아도 되겠구나.’ 옷장 한켠으로 밀어뒀던 가벼운 야상 점퍼를 꺼내 입고 출근길에 나선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전철역으로 가는 길.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얼마전 새로 다운받은 소셜커머스 통합 앱을 열어본다. 빅3 소셜커머스의 모든 딜을 카테고리별로 보기 좋게 묶어놨다. 육아 코너를 누르자 구매순으로 해당 딜이 쫙 뜬다. 나도 모르게 손이 ‘구매하기’ 버튼을 향하고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고 있다.
출근길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만원 전철 안에서도 스마트폰은 맹활약한다. 회사 메일함을 열어 오늘 취재할 내용을 미리 체크하고, ‘패션’으로 키워드 설정을 해놓은 구글 알리미 메일함에 접속해 어제의 패션업계 소식을 읽어본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든다. ‘아, 아파트 관리비 마감!’ 연체하면 수수료가 붙는다. 얼른 모바일 뱅킹 앱을 켜고 계좌이체를 시킨다.
2개월 차 워킹맘에게 스마트폰은 구세주나 다름없다.
아이가 울 때 대신 달래주고 공과금도 내준다. 때로는 터치 몇 번에 필요한 육아용품을 뚝딱 대령해 마트에 직접 가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다. 그 옛날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친정엄마는 어떻게 날 키웠을지 상상조차 힘들만큼 스마트폰은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스마트 열풍은 패션업계에도 불어닥쳤다. 섬유IT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2015년까지 국내 스마트 의류 시장 규모는 6조원, 세계 시장 규모는 212조원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I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의류도 똑똑해지고 있는 것이다.
초기에 스마트 의류는 군사 및 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영역까지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애플의 아이팟·아이폰은 스마트 의류 상용화를 앞당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7년 영국 브랜드 「막스앤스펜서」는 옷깃 안쪽에 볼륨 조절과 음악 선택이 가능한 제어판을 부착한 ‘아이팟 남성 수트’를 선보였고, 「나이키」는 달린 속도, 거리, 소모한 칼로리 등 운동량에 대한 정보를 아이팟으로 전송해주는 러닝화 ‘나이키 플러스’를 출시했다.
국내에서도 아웃도어 제품을 중심으로 스마트 의류 개발이 한창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양쪽 소매 윗부분에 광(光)섬유가 삽입된 ‘라이프텍 재킷’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 재킷은 조난을 당했을 때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어 국내 등산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빈폴 아웃도어」는 태양전지판을 부착한 ‘솔라백(Solar bag)’을 내놨다. 자체적으로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이 가방은 이동 중에도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어 유용하다는 평이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몸에 착용하는 이른바 ‘입는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이슈다. 점점 가벼워지고 소형화되는 컴퓨터를 아예 입어버려 양손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거다.
이미 구글과 애플에서는 각각 ‘구글 글래스’, ‘아이워치’ 등을 출시하겠다고 공표한 바 있다. 구글은 지난달 20일 공식 홈페이지에 스마트 안경 ‘구글 글래스’를 공개하고 체험단 모집에 나섰다. ‘구글 클래스’는 안경을 썼을 때 보이는 화면에서 몇 가지 손동작을 하면 인터넷 검색, 사진 찍기와 동영상 녹화, 영상 회의, 날씨 조회 및 실시간 길 찾기 등이 실현된다. 애플에서도 ‘아이워치(iWatch)’를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입는 컴퓨터’가 빠르면 1년 내에 상용화되고, 향후 5년 내에는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쇼핑하는 모습도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안경을 쓰면 오늘의 쇼핑 정보를 한번에 볼 수 있고, 손동작 몇 번에 가상 피팅부터 착용 후 느낌까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혹은 손목시계에서 울리는 쿠폰 알림 때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주변 의류 매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수도 있다.
바야흐로 스마트 패션 시대다. 각종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의류부터 ‘입는 컴퓨터’까지 그 영역에 한계는 없다.
그런 만큼 앞으로 패션과 IT기술은 또 어떤 형태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지는 아무도 모른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걸어다니면서 쇼핑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한지형 기자
hjh@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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