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가 패션 산업 육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2011년말 갑자기 폐쇄한 서울패션센터를 대체할 새로운 지원 전담 조직을 만들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조만간 본부장급이 주도해 자문회의를 추진하는 등 잰걸음을 걷고 있다.
패션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일찍부터 서울시는 패션 산업을 서울의 5대 핵심 산업으로 선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공언해 왔었다. 대표적인 행사인 서울패션위크에 연간 3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비롯 각종 해외 전시회 참가비 지원, 동대문 중소 상인들과 유망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패션 산업에 애정을 보이는 서울시가 지원 사업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 새로운 조직도 신설하고 있는 만큼, 보다 발전적인 방향 설정을 위해 패션업계 중론을 모아 몇 가지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패션 산업 육성에 대한 중장기 마스터플랜(Master plan)부터 세워야 한다.
패션 산업은 원부자재 생산에서부터 봉제, 디자인, 유통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의 스트림에 걸쳐 많은 전문인력이 종사하는 대표 산업이다. 특히 패션 디자인과 브랜드 비즈니스는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여줌은 물론, 서울의 도시 이미지를 드높일 수 있는 콘텐츠다.
패션 산업 지원책도 이처럼 수많은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를 키워냄으로써 서울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하겠다는 큰 그림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산업 전반을 이해할 수 있는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 패션 산업은 컨벤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국내 패션 시장도 셀렉트형 유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컨벤션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메이저 패션 기업들도 매장 환경이 커지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기 위해 외부 브랜드와 디자인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등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에 목말라 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패션 시장의 조류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적합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갖춘 행정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셋째, 불필요한 관행은 과감히 버리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서울시는 30개 안팎의 크고 작은 사업을 추진했다. 또 최근 전담 조직을 구성하면서도 이러한 “기존 사업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조직을 출범시킨다면 작지만 꼭 필요한 사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에 수립될 마스터 플랜에 근거해서 정말 필요한 사업이 무엇이고, 이를 통해 무엇을 성장시키겠냐는 구체적 실천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시아 각국 정부와 패션 관련 단체와 연계해 '서울을 아시아 패션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미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중국은 엄청난 기회의 시장이다. 특히 채널 하드웨어와 관련 기업들이 발전해 있어 한국의 중소 패션기업들이 직접 진출해서는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다.
한국 기업들과 디자이너들이 가진 상품기획과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강점을 중국 패션 기업 및 유통 기업과 제휴한다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측된다. 또 이를 통해 동남아와 중앙 아시아도 진출 가능할 것이다.
우리 디자이너들만의 잔치인 서울컬렉션에 아시아 각국 대표 디자이너를 초청하고, 한국 모델들이 컬렉션에 참가한다면 한국의 미(美)가 아시아 미의 기준이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시가 제대로 된 패션 전담 조직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만큼 서울시의 패션 지원책은 조만간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다. 기대가 큰 만큼 벌써 일각에선 “이미 디자인 관련 모 재단 산하에 만드는 것을 확정하고 분위기 만든다”는 소문도 있다. 또다른 쪽에선 그 소문을 근거로 “왜 성격이 다르고 규모가 더 왜소한 단체에 소속시키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시가 패션 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이다. ‘일단 단체부터 만들고 보자’는 안이한 생각과 눈앞의 사업이나 목소리 높은 사람들을 위한 사업으로 일관하다 실패로 끝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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