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가끔 한국인의 바이블인 ‘삼국유사’를 꺼내 봅니다. 여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옛날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바랐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을 알고 삼위태백(三危太伯)을 내려다 보니 인간 세계를 널리 이롭게(弘益人間) 할 만했다. 이에 천부인(天符印) 세 개를 주어 내려가 세상을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등 무리 3000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太白山) 꼭대기의 신단수(神檀樹) 아래로 내려와 이곳을 신시(神市)라 하고 인간 세계를 다스렸다. 환웅은 웅녀와 혼인해 아들을 낳았다. 이 분이 단군 왕검이다. 단군은 평양에 도읍을 정하고 조선(朝鮮)이라 불렀다. 도읍을 아사달(阿斯達)로 옮겨 1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다.”
환인이 하늘에서 내려다 보았다는 ‘삼위태백’은 중국의 삼위산(三危山)과 태백산(太白山)을 말합니다. 삼위산은 중국 서쪽 감숙성 돈황현 남쪽에 있는 산이며, 태백산은 섬서성 서안 인근의 3767m의 고산입니다.
따라서 환웅은 하늘인 파미르 고원에서 돈황을 거쳐 서안 근방으로 이동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용준은 소설 ‘유기’에서 ‘홍익인간’을 ‘널리 무리를 더하다’로 해석했습니다. 고대 에는 정복 국가가 자주 나타납니다.
환웅이 서안 근방인 태백산에 영토를 넓히고 인구를 늘릴 수 있는 터전인 ‘신시’를 세운 것이죠. 중국 신화에서 치우가 탁록에서 황제와 싸울 때 풍백과 우사가 도왔다는 것을 보면 환웅과 치우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또한 산해경에 보면 조선이 중국 동쪽 해안에 있었다고 하니 산동반도와 북경 동쪽 발해만 연안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쪽에서 온 환웅족과 북쪽에서 온 예맥족이 합쳐 세워진 조선이 은나라가 멸망할 때 온 기자, 연나라가 멸망할 때 온 위만에 의해 산해관 부근 난하 동쪽, 대릉하 유역으로 점차 옮겼다가 BC 108년에 한나라에 멸망했습니다.
이들 유민이 부여를 세웠고 점차 만주와 한반도로 이동하며 고구려, 백제, 신라의 3국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우리 민족의 DNA에는 노마드(유목민)적인 요소가 강하게 깃들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면 약해지고, 세계 어느 곳에 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전 인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노마드’는 한 자리에 오래 머무르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며, 안정성보다는 신속성와 이동성을 더욱 중요한 덕목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우리 패션 업계는 최근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몰려오자 당황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좁은 시장에서 그 옛날의 농경민적인 안정성만 추구한다면 곤경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죠. 그러나 우리 민족이 지닌 유목민적인 신속성과 이동성을 되살려 창의적인 SPA 브랜드를 만들어 더 넓은 해외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는다면 새로운 호기를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SPA는 오히려 빠른 것을 좋아하는 우리 패션인에게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패션 산업은 신화와 역사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스토리와 히스토리, 디자인과 유통을 아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창의성과 상업성을 융합해야만 패션 산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죠. 이제는 서구 패션을 모방하거나 종속되지 않고 모든 것을 알맞게 녹여내어 한류 패션을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SPA브랜드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럭셔리 패션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브랜드를 어느 정도 키워서 M&A 시장에 내놓겠다는 조급한 생각보다는 지속 성장이 가능한 신화적인 럭셔리브랜드를 만들어 후대에게 물려주겠다는 신념이 우리 패션인에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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