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패션시장엔 세계 패션시장을 제패한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기업별 차이는 있지만 고가 사치 브랜드에서부터 저가 매스밸류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브랜드 파워는 시장 흐름을 좌지우지 할 만큼 영향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채널 환경이 복합쇼핑몰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품질, 가격, 트렌드 등에서 경쟁력 높은 패스트(fast) 패션의 영향력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브랜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복합쇼핑몰 시대로 가면서 개별 점포의 크기는 최소 330㎡ 이상으로 넓어진 반면 수용할 수 있는 브랜드 숫자는 감소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국내 기업들이 사면초가에 빠진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늦게나마 여러 형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저가 패스트 패션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상권에 대형 직영점을 오픈해 가격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상당수 기업들은 쇼핑몰과 가로수길 등에 셀렉트형 점포를 오픈하고 있다. 지난주 방문한 중견 캐주얼 기업 H사도 자사 캐주얼 브랜드 상품 30%에 생활용품과 팬시 상품까지 더한 셀렉트형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근본적인 체질은 바꾸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패스트 브랜드 S사는 한 ODM 업체와 거래하면서 수 차례에 걸쳐 디자인을 수정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납기가 지연됨은 물론 번번히 담당 직원을 호출하는 탓에 비용도 상당 부분 늘어났다. S사는 해외 기업과 거래하면서도 택배 비용을 협력업체에 모두 전가하는 등 나쁜 관행이 여전했다.
S사와 거래중인 K사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 특히 불필요한 거품을 뺀 SPA 브랜드와 경쟁하겠다고 하면서 업무 방식은 여전히 과거 방식을 고집해서는 절대로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며 국내 기업의 한계를 지적했다.
편집숍을 준비중인 H사는 유통을 롯데와 현대 등 메이저 백화점 채널을 고집했다. 판매수수료 혜택을 일부 받기는 했지만 여전히 32% 수준이었다.
제대로 된 셀렉트숍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콘텐츠 구축과 △바잉과 VMD 등 리테일 전문인력 양성이 선행되야 하고, 특히 무엇보다 △수익관리가 가능해야 하지만 ‘겉모습만 화려한’ 모양으로 상대적으로 초기 오픈 비용이 낮은 백화점 유통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과거 백화점과 대리점이란 큰 투자 없이 손쉽게 유통망을 확보하고, 잘 나가는 브랜드와 비슷하게 상품을 만들어 팔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변화’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최근 2, 3년간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다면 올해도 만만치 않은 터널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맞서 싸워야할 상대도 글로벌 마켓을 제패한 강자와 인터넷과 모바일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무장한 신예들이 앞다퉈 성장하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시장 흐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과거 성장기 시대 동네 축구하던 시절의 나쁜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근본적인 체질부터 바꿔야 한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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