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렉트숍, ‘골드러시’가 아니라 ‘농사’입니다
가+
가-
김정명 차장 - 기자의 눈

2013-01-07 오전 11:50:28


패션 기업의 셀렉트숍 사업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면서 많은 패션기업 경영자들이 혼란에 빠졌다.


최근 1~2년 사이 셀렉트숍은 패션기업들이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 향후 패션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플랫폼 비즈니스로 각광받아왔다. 패션기업들은 앞다퉈 가로수길과 명동을 비롯 전국 주요 상권에 셀렉트숍을 오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전 내로라하는 셀렉트숍 두 군데가 론칭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더군다나 패션기업이 론칭한 셀렉트숍도 사실상 별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경영자들이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 궁금해한다. 패션기업의 셀렉트숍 사업 진출을 적극 권장했던 기자 역시 그 답이 몹시도 궁금하던 차에 최근 만난 한 소규모 셀렉트숍 대표로부터 중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논리는 간단했다. 셀렉트숍 사업은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단순한 ‘골드러시’가 아니고 여름내 들에서 일하는 농부의 땀방울이 밴 ‘농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1~2년 전부터 대형 패션기업들이 앞다퉈 셀렉트숍을 오픈하는 모습을 보면서 흡사 1800년대 후반 미국의 골드러시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좋은 위치에 멋진 매장을 만들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관점은 찾기만 하면 일확천금을 가져다 주는 금맥을 좇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무심한 듯 던지는 말에 뼈가 있었다. “그러면 답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셀렉트숍은 농사로 생각해야 한다. 1년 동안 씨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고 잡초도 뽑아주면서 잘 가꿔야 비로소 가을에 열매를 맺는 사업”이라며 “때문에 각자의 형편에 맞도록 씨를 뿌리는 작업이 무엇일지, 물과 거름을 주는 과정은 무엇일지 세심한 고민과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0여년간 셀렉트숍을 운영해온 자신의 경험을 들어 2년은 씨를 뿌리고 3년을 가꿔서 5년이 넘어서야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끊임 없이 좋은 상품, 좋은 디자이너를 찾고 새로운 시도를 해온 점이 씨 뿌리고 물주는 작업이었다는 것이다.


굳이 그의 표현을 들지 않더라도 패션기업의 무분별한 셀렉트숍 진출은 그동안 많은 논란을 일으켜왔다. 소프트웨어(콘텐츠) 개발과 육성에 대한 투자 없이 그럴 듯한 하드웨어만으로 셀렉트숍 시장에 진출한 것과 함께 인디디자이너나 소규모 홀세일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고율의 수수료와 위탁 판매를 강요했다는 점은 비판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패션기업의 이러한 성급함은 결국 비수로 되돌아왔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경기 침체는 더 이상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몰고 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천만 다행’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경기가 좋았다면 잘못을 바로잡을 틈도 없이 시장이 커졌을 텐데 오히려 찬바람이 먼저 불어 시스템을 정비할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이제 패션기업들은 그간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할 때다. 특히 경기가 어렵더라도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발굴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타산지석으로 삼는 일본의 『유나이티드애로우즈』는 23년, 『빔스』는 30년이 걸려서야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