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여성들은 화장을 한다. 즐기든 억지로 하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가 일하면서 만나는 환경에서의 여성들은 모두 화장을 하고 있다.
화장이 매너라고 하는 것은 외적이 이미지가 중요한 이 시대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제로 자신의 모습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이 보는 나의 이미지,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 타인이 보는 이상적 이미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이미지가 분명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화장은 자기 인식에 크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장 쉽게 이미지 관리 와 변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현대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또 만나는 사람과 장소에 따라서도 화장의 유무나 정도가 달라진다. 멋진 친구들을 만나거나 낯선 이들을 만날 때, 백화점을 갈 때나 핫 플레이스를 갈 때 등 화장을 함으로써 나의 행동 변화는 어떠한지, 표정, 자세 이 모든 것들이 달리 느껴지게 된다.
아마 대부분 여성들은 화장을 했을 때는 좋은 옷에 하이힐을 신었을 때의 당당함이나 명품 백을 들고 좋은 차를 탈 때의 기분과 흡사할 것이다.
요즘 10대나 20대 남녀들은 찜질방에서 미팅을 한다고 한다. 민낯을 공개하면 가식을 버리고 빨리 친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필자 또한 민낯을 한번이라도 공개한 사람에게는 무언가 모를 자유로움이 느껴지면서 친근함을 느낀다. 하지만 나의 민낯을 보고 놀라거나 실망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적잖이 실망하면서 슬그머니 화장품을 꺼내 들게 되며 불편해진다. 필자는 화장을 하지 않고 외출하면 왠지 모를 불안함, 벌거벗겨진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혹여 누군가를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손을 올려 얼굴을 부분적으로 감싸면서 구차한 변명을 늘여 놓게 된다. 이렇게 화장은 나 자신에 대한 변명까지 늘어놓게 하는 나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화장이란 행위를 통해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보이고 싶어하는가 등 타인의 눈에 이상적 이미지로 보여 지고 싶어 한다. 화장을 했다고 하면 모두 아름답게 치장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자신만의 잘못된 화장법에 대한 공식에 사로잡혀 아름답지 못할 때가 있다.
필자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경험한 바로는 많은 여성들이 의외로 화장법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또 화장이라는 것이 또 다른 나의 모습이라 생각하는 자존심을 건 화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여성들은 가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기는 하나 쉽게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는다. 심지어 주변에서 자신의 화장에 대한 충고나 언급을 하면 간섭이라 생각하며 화를 내거나 기분 나빠한다. 누군가 내가 만들어 놓은 이상적 모습에 흠집을 내거나 지적을 한다 라는 생각에 유쾌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성들의 화장 행동 변화를 위해서는 조심스러운 접근과 끊임없는 설득이 필요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수업시간 이외의 장소에서는 타인의 화장에 대해서는 섣불리 언급하지 않는다. 그녀들의 소중한 자존심을 건 화장에 흠집을 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화장은 알듯 모를 듯한 복잡한 심리 작용으로 오랜 시간 걸쳐 형성되어온 문화의 한 형태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과제라 생각한다.
신세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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