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단풍이 절정입니다. 노랑, 빨강, 주홍 나뭇잎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햇빛에 찰랑이는 모습은 그저 감탄을 자아냅니다. 거기에 소리 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밟을 때 청각적 효과까지 더하면 가을이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멋진 계절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멋진 계절도 즐기는 사람들이 없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지난 주 여의도 공원에는 수많은 가족들이 와서 단풍을 즐겼습니다. 30대 부부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소풍을 즐기는가 하면, 흰머리 희끗희끗한 장년 부부가 아웃도어 차림에 잔디에 누워 마치 ‘러브스토리’의 주인공들처럼 주말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학생들과 젊은 연인들은 2인용 자전거를 타는 통에 여의도 공원은 터져나가는 듯했습니다.
그 시간대에 여의도 IFC몰, 이어 영등포 타임스퀘어를 들렀습니다. 나무랄데 없이 훌륭한 쇼핑몰에는 올 추동복들이 멋지게 걸려 있고, 쇼핑객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각 매장 직원들은 참으로 심심해 보였습니다. 쇼핑객들이 단지 윈도우 쇼핑에 그칠 뿐, 구매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쇼핑백을 든 손에는 열에 아홉은 유니클로 쇼핑백이 들려 있었습니다.
과연 한국 브랜들은 값싸고 회전 빠른 해외 SPA에 우리 고객들을 다 빼앗긴 것일까요?
아무리 매장이 좋아도 판매가 잘 돼야 국내 브랜드들이 숨을 쉴 것입니다. 가뜩이나 국내 패션업체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지금 국내 시장은 살을 에는 한겨울입니다. 인동초처럼 매운 한겨울을 잘 이겨내야 따뜻한 봄을 맞을 것입니다.
최근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패션·섬유업계 CEO들에게 "패션이 한류 3.0 시대를 열 핵심 콘텐츠"라고 용기를 준 바 있습니다. 원더걸스, 소녀시대에 이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면서 ‘패션 한류’에 대한 외국의 관심도 높으니, 장관의 발언처럼 패션이 새로운 한류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또 이런 좋은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국내 시장마저 해외 브랜드에 모두 넘겨줘야 할 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현 패션계는 절체절명의 시점에 와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을 대표하는 서울패션위크는 연간 70억원의 공적 자금이 집행되는 서울시 주최 행사임에도 행사 진행과 운영에서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민망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한류 패션’의 중심 문화를 보여줄 좋은 기회였지만, 신진 디자이너 스스로 지적하는 전시 행정과 동네 학예회 보다 못한 운영·기획은 ‘국내 대표적인 행사’라는 수식어 마저 사치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또 지나치게 많은 티켓을 뿌린 탓에, 초청객들도 좌석이 없어 발길을 돌리는 황당한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또 세계 패션 관계자나 바이어를 위한 비즈니스 센터도 없이 테이블 몇 개 수준인데다가 행사장 공간의 협소함에 행사 진행 문제, 안전성 미비 등 문제가 산적했습니다.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아 해외 바이어와 해외 고객들까지 매료시키는 한류 패션이 되려면, 먼저 내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로 감동 마케팅을 해야 합니다. 그들의 마음에서 우러난 열정과 구전이 외부 고객에 대한 최상의 서비스, 감동 서비스로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서비스 마케팅의 기본입니다. 패션쇼 내용은 차치하고, 궂은 날씨에도 행사장을 찾은 관객들이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거나 행사 요원과 실랑이를 벌인다는 것은 후퇴해도 한참을 후퇴한 모습입니다. 국제적인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식시켜야 할 부분입니다.
아울러 서울시가 한국 패션을 세계적 수준의 패션 한류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면, 먼저 패션 전문가를 선별, 우대해서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국제적 수준의 마케팅 전문가를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까지 국내 패션 시장에선 유명 브랜드를 대충 본 딴 디자인과 주먹구구식 운영이 통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습니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거대 자본, 전문성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숭실대 강기두 학생처장(경영학부)은 “세계 무대에서 날리는 ‘한류 패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제 시장에서 통하는 전문적인 패션 마케팅 인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동감입니다. 정부 차원의 마케터 육성 없이는 세계적 수준의 한류패션이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수준의 패션 컬렉션을 위한 문화-패션-관광업간의 긴밀한 연계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여 섬유·패션 관계자들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희망찬 봄을 맞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이화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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