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대한민국 각 도시는 패션 축제로 한창이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열린 대구패션페어에 이어 22일부터는 서울패션위크가 7일간 열리고, 25일부터는 프레타포르테부산이 4일간 열린다. 화려한 조명과 의상, 모델들의 워킹 등 볼거리로 보면 화려하고 눈부시기조차 한 패션쇼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참여는 저조하다.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콘텐츠만으로 시민 참여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그들만의 리그인 패션쇼 축제에 국민의 세금을 써야 하는가”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서울시는 시민들을 위한 서울광장 전야제 갈라쇼와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일부 만들었지만 왠지 급조된 구색용으로만 보인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1200개의 축제가 열린다. 축제에 들어가는 지자체 예산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재정이 어렵게 되면 대부분 지자체가 가장 먼저 예산을 없애거나 줄이는 것이 축제 비용이다. 경기가 어렵다고 예산을 축소하는 축제를 보면 대부분 단체장의 정치적 세 과시용 축제거나 주민을 위안용 축제, 혹은 시민의 날에 정례적으로 여는 문화제 형식 축제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민간이 주도해 성공한 축제도 많다. 충남 보령머드축제는 대천해수욕장 인근 갯벌에서 채취되는 양질의 머드를 화장품으로 개발한 민간 주도로 시작되어 올해 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는데, 외국인 관광객만 24만 명이 넘었다. 축제 기간 동안 미국 CNN을 비롯한 AP, WSJ과 영국의 로이터, 프랑스 AFP 등 세계 언론에서 머드축제를 새로운 한류로 소개했다.
올 화천 산천어축제에는 114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고, 1만명의 넘는 동남아 관광객이 다녀갔다. 축제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파급효과만 해도 995억 원에 달했다.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살려보고자 민간 주도로 시작된 산천어축제는 맑은 물, 깨끗한 환경을 기반으로 겨울관광의 메카로 화천을 탈바꿈시켰다. 미국 CNN은 이 축제를 현대판 '겨울철 세계 7대 불가사의'라고 보도했다.
부산의 영화 산업을 바탕으로 아시아 최고 영화제라는 콘셉으로 출발한 부산국제영화제도 올해 17회를 맞이하며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화제로 성장 중이다. 전통 신발 산업이 무너진 지역 경제를 살리고 영화계의 영화 진흥과 해외 진출 염원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내 성공적인 한류 축제 모델이다.
이들 축제를 보면 성공 요인이 보인다. 첫째 지역 고유의 특수성을 잘 살리고 대표적인 지역산업이나 스토리텔링을 연계시킨 킬러 콘텐츠가 있다. 둘째로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는 민관 협력과 축제의 리더그룹(단체장, 지역의 문화인 및 경제인, 오피니언 리더)의 추진 역할이 중요했다. 셋째 지속성과 이익 창출을 통해 지역 산업의 발전에 중장기적으로 기여했다.
현재 서울패션위크에 대한 민관합동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민관에서 민이 앞에 있는 것은 민이 주도적으로 나서라는 뜻일 것이다.
패션계 역시 관에 끌려가기 보다 민이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주도해 가는 실질적 민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민의 참여 범위를 섬유업계와 학계, 내셔널브랜드로 확장시켜 함께 아젠다를 설정하고 전 섬유패션인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도 함께 열어야 한다. 이를 통해 세계 5대 컬렉션을 향한 짝사랑 ‘베스트원 전략’이 아닌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시민 참여와 관광,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한류 패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온리원 전략’으로 서울패션위크의 미래 비전에 접근해야 한다.
지구촌은 지금 무한 경쟁 시대를 넘어 소통과 참여, 공유가 필수인 지식 경제 시대로 진보하고 있다. 지식 경제 시대는 물건을 만드는 노동 생산성 보다 나눔과 기부, 정서와 문화가 중시된다. 과거처럼 관이 만들고 민이 거드는 축제나 혹은 산업을 키우기 위한 공급자 중심의 이벤트로는 역동적인 지구촌과 소통하는 한류 패션 축제를 만들 수 없다. 패션의 창조성은 옷만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 행정이나 패션 경영, 패션 홍보, 패션 유통도 함께 창조적이어야 한다.
객원 논설위원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