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상표나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은 섬유·패션 업계 관계자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최근 벌어진 ‘삼성과 애플’, ‘코오롱과 듀폰’ 등 글로벌 기업 간의 사활을 건 수 조원대의 소송은 ‘총성 없는 IP세계 대전’이라고 불리며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섬유·패션 산업에서도 특허, 실용 신안, 상표, 디자인, 캐릭터, 저작권 등 기업이 보유한 지식재산권은 기업 성공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IP에 대한 지식과 소양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본지는 패션·섬유업계에 IP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자 이재길 한국의류산업협회 법무팀장의 ‘지식재산권’ 관련 칼럼을 이번 호부터
격주로 게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기업 성공의 필수 조건 ‘지식재산권’
◇ 한일 월드컵과 짝퉁 공화국
우리나라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라는 국제 행사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하지만 우리 내수 시장에서의 위조 상품에 대한 무분별한 유통과 상표 도용에 따라 중국에 버금가는 ‘짝퉁 공화국’ 이라는 오명을 남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섬유·패션 선진국들로부터 우리 시장에서의 IP보호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과 보다 강력한 근절 대책을 촉구하는 국제 통상 압력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2008년까지 미국 무역대표부가 매년 발표한 지식재산권 보호 관련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함께 위조 상품 우선 감시국 혹은 감시 대상국으로 분류되는 치욕을 감내해야만 했다. 이것이 짝퉁 최대 빈발 산업에 해당하는 섬유·패션 분야에 대한 대응 조치를 위하여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의류산업협회 안에 ‘지식재산권보호센터’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 됐다.
우리 업계가 세계 시장에서 섬유·패션 기업으로 성공하고,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고 올바르게 관리해야 하는 것이 브랜드 등 지식재산권이지만 아직도 우리 섬유·패션인들 상당 수가 IP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올바른 대응과 관리에 소홀함을 보이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필자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한국의류산업협회 지식재산권보호센터에 몸담아 2200회 이상의 위조 상품 단속과 3000건 이상의 복잡하고 다양한 업계간 IP분쟁에 관여했다.
이 과정에서 섬유·패션 업계의 인식 전환과 올바른 IP관리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지만 긍정적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다. 쉽게 무지를 인정하지 않고 묻지도 도움을 청하지도 않으면서 과거의 잘못된 법률적, 사실적 오류에 의존한 무용담을 늘어놓을 때면 지식재산권 분야에 15년 넘게 종사하고 있는 필자는 참으로 아쉽고 씁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업계의 종사자들이 전문 분야인 IP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경영자, 임원, 디자이너, 영업·관리 담당자들은 IP관련 기본적인 인식과 소양을 반드시 갖춰야 할 것이다.
◇ I P에 대한 인식과 소양 갖춰야
지금은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는 최첨단 시대이지만 아직도 한 기업이나 개인이 경쟁력 있는 브랜드 즉 상표를 만들어내는 데는 참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 명품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과 철저한 관리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물론 필자도 최근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각종 악재 속에서 우리 업계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에 공감은 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철저한 IP관리와 분쟁의 예방만이 기업의 지속 경영을 보장하는 경쟁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최근 업계간 미등록 의류 디자인 분쟁(형태 침해)이나 각종 IP분쟁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핵심 자산을 무단으로 복제하거나 반대로 침해 당하는 경우가 발생된다면 해당 기업은 기업의 생존을 염려하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극심한 경기 침체는 물론 ‘사회 양극화’와 ‘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갈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밥은 굶어도 자가용은 몰아야 하고, 명품 아니면 짝퉁 옷이라도 입어야 한다는 허영심과 외형 지상주의 때문에 위조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선진국처럼 “내가 편하고 나에게 어울리면 명품”이라는 평범의 문화를 언제쯤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금이 세계 10위의 경제력과 세계 6위의 섬유 강국에 어울리는 시민 의식을 갖춰야 하고 이에 우리 섬유·패션 기업이 앞장서야 하는 시기이다. 시장의 원리는 참으로 단순하다. ‘정품’이든 ‘짝퉁’이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철저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아마도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빛과 그림자’처럼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 섬유·패션 산업에서 지식재산권은 한 기업의 핵심 자산이자 미래 가치이고,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는 불필요한 국내외 기업간의 IP분쟁을 예방하고 자사의 핵심 자산을 훌륭히 지키고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들이 섬유·패션 분야에서의 IP에 대한 특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절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재길 의류산업협회 법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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