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입후보하는 사람을 영어로 캔디데이트(candidate)라고 한다. 라틴어로 'clothed in white'라는 뜻으로 공직에 출마한 로마인들이 '청렴'의 의미로 흰색 토가를 입었다는 말에서 유래했다. 그럼 토가(toga)는 무엇일까? 토가는 고대 로마 시민의 대표적인 남성용 의복으로 겨울에는 양털, 여름에는 삼베를 사용했다.
직경 5m 정도의 반원형 천을 왼쪽 어깨에 주름을 잡고 오른팔 밑으로 돌린 후 다시 왼편 어깨에 걸치는데 흰색을 많이 입었다. 개선장군들이 착용하는 자수가 있는 피크타(picta)와 재판관과 신관용의 흰색에 붉은색 테를 돌린 프라에테크스타(praetexta) 등이 있으며 하층민은 주로 갈색을 착용했다. 처음에는 황제 또는 신관의 신성(神性)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용됐으나 후에 군복과 대립되는 시민 권력, 또는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고대 로마시대 선거에서 선출직 공무원에 입후보하는 선량들은 모두 토가라고 불리는 흰색 옷을 입고 선거에 임했다. 후보자들은 권력과 금권을 탐하지 않고 속임수와 비굴과 변절이 없다는 결백을 약속하는 상징적인 순백색 토가를 입었으며 겨울에는 양모피에 하얀 초크질을 함으로써 정신적으로 때 묻지 않았음을 과시했다. 1896년 미국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브라이언도 로마의 토가를 본 뜬 흰색 장삼 차림으로 유세를 해 화제를 모았다.
흔히 우리 민족을 백의민족이라고 부른다. 이는 19세기에 한국을 다녀간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흰옷을 입고 있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생긴 표현이다.
누구나 흰옷을 입었다는 의미는 민초들이 흰옷을 즐겨 입었다는 뜻이다. 1895년 전국에 변복령(變服令)과 단발령이 내리자 이에 항의하는 의병전쟁이 일어날 정도로 백의에 대한 민초들의 남다른 집착을 보여주었다.
드라마 <각시탈>에서도 흰옷을 입은 군중 신을 통해 일제에 항거한 독립 운동의 상징적 의미로 나온다. 흰옷을 입으면 관공서 출입이나 은행 대출까지 제한할 정도로 민초들의 흰 옷은 일제까지 두렵게 만들었다.
반만년 동안 우리 민초들은 잘못된 위정자들과 외세로 인해 많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백의를 통해 고대 로마 정치인이 입은 토가 보다 먼저 깨끗한 정치에 대한 열망을 보여준 지혜로운 민초들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백의 풍속은 고려 충렬왕 때부터 시작해 조선 태조 7년, 태종 원년, 세종 7년, 연산군 11년과 12년, 인조 26년, 현종 11·12·17년, 숙종 2년과 17년, 영조 등 여러 차례 백의금지령을 내렸으나 민초들은 백의를 고수했다.
올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술렁거린다. 이번 대선에서는 백의에 담겨있는 민의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선거 때만 되면 허리를 90도로 조아리고 표를 구걸하지만 당선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리가 15도로 젖혀지는 거짓 위정자들을 알아차리는 민초들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선거가 끝난 후 잘못된 선택에 후회해 봤자 이미 때는 늦는다.
이번 대선은 백의의 정치적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는 선량들을 뽑는 모더니즘 선거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아울러 취임식이나 개원식 때 흰생 의상, 흰색 치마저고리든 흰색 두루마기, 아니면 흰색 양장을 입고 속임수, 편법, 비리, 거짓 없는 정치를 하겠다는 유권자와의 결백 약속을 백의 정신으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하늘을 우러러 티끌만한 부끄러움이 없다는 백의의 의미가 로마의 흰색 토가처럼 한국 정치에서도 꽃피길 기도한다.
유재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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