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이제 ‘저부가가치’ 산업?
가+
가-
김우현 칼럼

2012-09-25 오후 1:55:02

요즘 가격이 저렴한 옷에만 사람이 몰린다. 백화점에도 할인 행사장에만 고객이 넘쳐나고, 온라인도 초저가 미끼 상품에만 열광한다. 비교적 잘 나간다는 아웃도어 역시 고가 보다 저가 브랜드의 매출 신장율이 더 좋고, 캐주얼 시장도 가격이 싸야 잘 팔린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같은 상품이라도 저렴한 것, 같은 값을 주더라도 할인 폭이 큰 상품을 구매하려는 이른바 불황형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씀씀이가 깐깐해진 소비자들이 저가 상품 아니면 좀처럼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패션업체 입장에서는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수익 면에서도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속 빈 강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추지 않고서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다. 불황의 그림자가 길게, 그리고 짙게 드리우면서 고부가가치화를 외치던 패션 산업이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전락해 버린 느낌이다.


국내 패션 시장의 초저가 경쟁은 「유니클로」·「자라」·「H&M」 등 이른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글로벌 SPA 브랜드들에 의해 촉발됐다.  패스트 패션을 표방하며 기획·생산·유통까지 모든 공정을 일괄 체제로 운영하는 이들은 절대 우위의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고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해 가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내셔널 브랜드들은 이대로 당할 수 만은 없다며 ‘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대반격에 나섰다.


◇ 「탑텐」 초저가 전략 계속 먹힐까
가장 먼저 3년 전 이랜드가 「스파오」·「미쏘」 등을 내놓고 맞불을 놓았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제일모직에서 「에잇세컨즈」를, 신성통상에서 「탑텐」을 출시한 후 시장 판도에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첫 선을 보인 탑텐의 초반 돌풍은 가히 위력적이다. 오너가 직접 전면에 나서 명동·대학로·코엑스몰·강남역·의정부역·홍대입구 등 핵심 상권마다 거침없이 대형 플래그십 매장의 깃발을 꽂고 있다. 가격은 더 파격적이다.


지난 여름 론칭 이벤트로 탱크탑(5000원에 2장), 반팔 티셔츠(5000원), V넥 티셔츠(7900원) 등 믿기 힘든 가격대로 판매해 초반부터 대박을 터뜨렸다.


돌풍은 9월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긴팔 피마면 티셔츠(1만원), 맨투맨 티셔츠(1만 9900원), 백팩(1만원) 같은 제품은 매장에 내놓기 무섭게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탑텐의 올 F/W 시즌 승부수는 구스다운 점퍼를 8만 9000원의 초저가로 판매한다는 것. 전세계에서 가장 저렴하다는 9만 8000원짜리 유니클로 다운 제품보다도 1만원 가량 낮은 가격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초저가를 무기로 패션 시장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탑텐이 그 가격에 정말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느냐 하는 점이다.


“비축된 재고 원단으로 미얀마 자체 공장에서 비수기에 봉제하기 때문에 원가 부담이 크지 않다”고 말하지만, 2배수에도 못 미치는 제품 가격으로 과연 이익을 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불황기에 굳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글로벌 SPA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 경쟁력 만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자칫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뒤통수를 때리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우현 편집주간
whk@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