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분쟁 더 이상 남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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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2012-09-14 오후 5:05:13

삼성전자와 애플, 코오롱인더스트리와 듀폰의 특허 대결로 국내 패션기업들이 관행처럼 일삼았던 디자인 카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과 코오롱의 소송은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후발 주자를 선두 주자가 가차없이 견제한다는 점에서공통점이 있다. 시장 경계가 없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판결 내용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러나 빨리 1등을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익숙한 국내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일대 사건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디자인 카피에 대한 문제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패션업계는 글로벌 패션기업들이 공격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알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이미 국내에서도 디자인과 관련한 분쟁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류산업협회 지적재산권 보호센터에 따르면 2009년만 해도 디자인 침해 관련 분쟁 건수가 전체의 10%도 안 됐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41%까지 늘어났다. 특허청이 발표한 디자인 등록건수도 지난 10년 새 3만6867건(2001년)에서 5만6524건(2011년)으로 급증했다. 제일모직, 이랜드 등 내로라하는 패션 대기업들이 인디 브랜드 제품을 카피해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끼리의 분쟁도 문제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먹잇감으로 잡으면 일파만파 사태가 커질 수도 있다.


유사한 사례로 최근 미국 앤디워홀 재단이 국내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체 간의 디자인 소송은 아니지만 몇해 전 브랜드 론칭 과정에서 앤디워홀을 모티브로 시즌 콘셉을 잡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지를 도용했다는 내용이다. 상품에 앤디워홀의 작품 이미지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상업적인 브랜드가 앤디워홀을 내세우고 매장 곳곳에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이다.


이미지 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한 앤디워홀 재단이 몇 년 전 내용까지 들춰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적재산권 제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대 자본을 무기로 특허 전문 변호사들을 대동해 소송을 걸어오면 상당수가 중소기업인 국내 패션업계는 제대로 대응을 해보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이미 일각에서는 한미FTA로 인해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가 용이해진 미국 패션, 디자인 기업들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자료 조사를 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사실 의류 디자인 자체가 카피와 창조적 모방이라는 경계선에 있다. 그러나미리 준비한 업체들은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거나 경쟁 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도구로도 사용될 수 있다. 반면 준비하지 못했을 경우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다. 패션기업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다.



김정명 기자
kjm@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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