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기 전 미리 외양간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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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순의 ‘가로수길에서’

2012-09-07 오후 4:45:01

영원한 우방은 없다. 세계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면서 자국이기주의와 보호무역주의 냄새도 풍긴다.  ‘코오롱-듀폰 소송’ 이야기다.


1조원대의 배상금, 20년간의 판매-영업 정지, 경쟁사의 전산망 확인 권한 등 미 동부법원의 판결은 미 법원이 ‘신(神)적 존재’인지 자문해볼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짬이 없다. 강 건너 불구경 해서도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한이 있더라도 남은 소들은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발생 가능한 유사 소송과 피해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반면 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은 없을까.


‘오비이락’일지 모르겠으나, 코오롱은 ‘증거 보존 명령’에도 불구하고 총 1만 7811개의 이메일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측에 따르면, 소송과 무관한 사소한 개인 메일과 임시파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한국과 미국의 견해 차이다.


지난해 5월 하이닉스와 미국 특허기업 램버스의 특허 소송에서도 고의적인 증거인멸이 판결에 중대하게 작용했다. 당시 하이닉스는 램버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연방지방법원에서 4억 달러의 손해배상금 및 로열티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과정에서 램버스가 소송에 불리한 증거자료를 불법으로 파기했다는 것이 알려졌고, 연방고등법원은 램버스에 해당 특허에 대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판결을 냈다. 하이닉스는 그 덕분에 11년 째 끌어온 재판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통상 미국 소송 사건에서 고의로 증거를 인멸하면 경우에 따라 최고 패소 판결(default jud gment)까지 받을 수 있다. 영미법에서는 특히 증거를 파괴했을 경우 해당 증거가 파괴한 사람에게 불리한 것으로 추정한다.


법조계 인사들은 “미국 법정에서는 판사에게 한국 보다 더 높은 권위가 인정되는 분위기다. 중요 증거 제출 혹은 보존 명령을 위반할 때는 ‘의제자백(adv erse inference, 불리한 추정)’* 권고를 내린다”고 입을 모은다.  


조경화 변리사는 “불리한 증거라고 해서 숨기거나 없앨 경우, 재판에서 더 불리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22일 미국 법률 전문매체 로우(LAW)360은 코오롱이 법원의 증거 보존 명령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자사에 불리한 증거를 파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이 사건 담당자였던 로버트 페인 판사는 90여 페이지에 달하는 지침서를 통해 배심원들에게 의제자백 권고를 내렸다. 그는 지침서를 통해 "증거를 인멸한 코오롱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 제재를 위한 각종 비용을 듀폰에게 보상하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는 구체적인 의견을 냈다.


앞으로 있을 코오롱-듀폰 소송 재심에서 코오롱이 저간의 ‘증거 인멸’ 의혹을 불식시키고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앞으로 다른 기업들은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란다. 순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건 ‘실수로’ ‘잘 몰라서’ 혹은 ‘부주의해서’이건, 1조원대의 배상금을 물고, 20년간 판매 금지당해 수많은 직원들이 일터를 잃는 고통을 겪지 않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지구촌이 한가족이다. 남의 일이 곧 나의 일이다. 이 참에 제2의 삼성, 코오롱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패션-섬유업체들이 법무 담당을 두고 지적재산권을 지키고, 동시에 침해로 인한 소송 방지에 나서야 할 때다.


*의제자백이란? 재판에서 증거를 제출하지 않거나 침묵을 유지하는 등의 행동이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화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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