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거듭되는 판매 수수료 인상 압박으로 가슴 졸여야 하는 상대가 롯데·신세계·현대 등 빅3 대형 백화점인줄만 알았다. 그런데 ‘망둥이가 뛰니까 꼴뚜기도 뛴다’고 최근에는 이랜드리테일이 수수료 3% 인상카드를 꺼내 들었고, 옥션·지마켓 등 메이저 인터넷 쇼핑몰과 미래지향 리테일 비즈니스로 주목받는 셀렉트숍 시장에도 판매수수료 ‘꼼수 인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갤러리아백화점 신임 대표는 ‘우리가 롯데보다 뒤질게 없다’며 압구정점의 수수료를 롯데 본점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입점 업체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한다.
장기불황 공포에 시달리며 올 2분기 성장률 반토막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입점 업체들에겐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다. 한달 동안 장기세일을 해도 매출이 오히려 역신장을 기록해 눈앞이 캄캄해진 패션업체들은 어이할꼬. 어디에도 하소연 할 길이 없어 망연자실한 채 의욕마저 상실했다.
◇ 이랜드리테일 수수료 3% 인상 무리수
NC백화점·뉴코아아울렛·2001아울렛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4월 난데없이 수수료 3% 인상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의 수수료가 다른 유통업체들과 비교해 낮을 뿐 아니라 전국 44개 점포의 리뉴얼을 위해 평균 50억원 이상이 투자된 만큼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아울렛과 직매입 백화점으로 구성된 이랜드리테일이 비교 대상으로 고급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삼았다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수료 거품을 제거한 한국형 직매입 백화점을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범한 NC백화점의 창업 정신과도 위배된다. 기존의 유통 관행을 바꿔 국내에선 시도된 적 없는 직매입 방식을 통해 위기에 직면한 국내 패션 기업과의 동반성장을 꾀하겠다는 당초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처사다.
이랜드리테일 측은 그룹 회장이 수수료 인상을 직접 지시했다고 말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경영진이 매출 지상주의에 빠져 입점 업체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무리수를 두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랜드리테일의 수수료 인상 통보에 입점 업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브랜드사업을 해오면서 유통 업체의 횡포에 울분을 토했던 당사자가 절대적 강자인 ‘갑’의 위치에 올라서자 그들처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협상 과정에서 일부 업체는 ‘수수료 인상 강행 시 전점에서 매장을 철수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없던 일로 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나온다.
◇ 옥션·지마켓 등 오픈마켓도 수수료 논란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쇼핑몰 시장도 수수료 인상 논란으로 시끄럽다. 인터넷 오픈마켓의 시장 점유율 1?2위를 달리는 옥션과 지마켓이 최근 판매 수수료 인상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주요 골자는 여성 의류의 경우 기존 8%에서 12%로 4% 포인트 올렸고, 남성 의류는 10%에서 12%로 2% 포인트 올렸다. 대신 일반 오픈마켓보다 낮은 수수료를 적용하는 특가마켓을 신설, 대량 판매자들에게 보다 유리한 사업환경을 만들어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통상 1~2%의 적은 마진으로 살아가는 오픈마켓에서 수수료를 한꺼번에 4%로나 인상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수수료가 인상되면 수익률이 떨어져 판매가를 올려야 하는데 지금 같은 불경기에 판매가를 올리면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판매 수수료의 도미노 인상은 요즘 신개념 리테일 유통으로 떠오른 셀렉트숍 시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달 중 가로수길과 명동에 오픈 예정인 신규 셀렉트숍은 위탁 판매 수수료를 백화점과 비슷한 30% 수준으로 책정해 원성을 사고 있다. 셀렉트숍에 입점하는 홀세일 브랜드의 경우 상대적으로 배수가 낮아 30% 상당의 수수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로 롯데·신세계·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이 수수료를 내린 것과는 달리 갤러리아백화점은 다시금 수수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유통가의 주목을 받으며 최근 갤러리아백화점의 수장으로 영입된 신임 대표는 현대카드 출신 마케팅 전문가답게 의욕을 과시하듯 ‘우리가 롯데와 비교해 모자란게 뭐냐’라며 압구정점 수수료를 롯데 본점 수준으로 인상(평균 4%)할 것을 지시했다. 직원들은 펄쩍 뛰었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며 자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회사측은 지시를 거역한 임원을 전격 문책성 인사조치 했다. 그 과정에서 바른 소리로 화를 자초해 결국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김우현 편집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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