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광고 ‘이야기’가 없다(?)
가+
가-

2006-02-23 오후 2:35:42

나의 장형은 꽤 명망이 있는 서화가이다. 그는 특히 왕죽화(王竹畵)를 즐겨 그린다. 언젠가 추석명절을 앞두고 한가한 시간에 20여 폭의 왕죽화를 그린 적이 있다. 왕죽화 한폭 한폭에서는 솔직히 어떤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왕죽화를 화실 네 벽면에 차례대로 붙였을 때 단지 먹으로 그린 수묵화에 불과한데도 4계절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그때 나는 비로소 대나무의 잎새가 이야기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4계절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예술의 깊이란 그런 것이다. 패션은 한마디로 딱 집어 이야기하기 어렵다. 학문적으로는 ‘주어진 시간에 많은 사람에게 인기 있는 것’으로 정의된다. 즉, 변화된 시대흐름을 많은 사람이 공유할 때 패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패션은 아름답고 세련되고 감성적인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퇴폐적인 히피문화도 패션의 한 흐름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패션이 주는 앞선 시대감각과 세련되고 편리한 제품을 즐긴다. 여기에다 빼놓을 수 없는 패션 요소가 ‘이미지’이다. 패션에 민감한 사람들은 제품력보다 패션의 이미지를 즐기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제품의 퀄리티가 보편화된 가운데도 사람들은 명품 브랜드의 패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일반 제품의 수 배 혹은 수십 배가 되는 값을 기꺼이 지불한다. 결국 패션 브랜드사는 자신의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어떤 이미지로 전달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 브랜드들은 대부분 자기 브랜드만의 독특한 이미지가 없다. 브랜드의 이미지는 주로 제품이나 광고를 통해서 전달된다. 이 중 제품에 의한 브랜드 이미지 전달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매장을 찾아 브랜드의 컨셉을 직접 읽어야 하고 반복된 구매와 착용을 통하여 느껴야 한다. 이보다 빠르고 강렬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수단이 광고다. 광고의 반복적인 노출은 실물보다 더 상상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의 광고에는 대부분 자기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이야기’가 없는 것이다. 일부 광고사진에서 많은 돈을 들여 유럽 풍의 활동적인 모습을 담거나 휴양도시의 모습, 아프리카 야생의 모습을 삽입하기도 한다. 그외 세련돼 보이는 서구 풍의 여성이거나 잘나가는 남성 탤런트를 등장시켜 아주 막연한 그림을 그려낸다. 이 같은 우리의 패션 광고사진은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다. 우리의 패션광고는 ‘고품격’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고품격’이 명품으로 통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 풍의 모델을 내세워 럭셔리하고 세련된 모습을 그린다. 이것은 억지로 만들어진 인조미인과 같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소설이나 시와 같이 광고 속에 흐르는 이야기를 담은 깊이가 없다. 패션전문잡지의 수십 페이지를 장식하는 여성복 브랜드의 광고는 어쩌면 천편일률적이다. 병기된 브랜드 네임이 없다면 무슨 브랜드 광고인지 전문가들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일부 광고에서 ‘환경’이나 ‘자연주의’ 혹은 ‘활력 있는 젊음’, ‘파격적인 반항아’ 등의 다소 뚜렷한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하더라도 대체로 단막극에 끝나거나 연속광고의 이야기는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되지 못한다. 패션 브랜드의 광고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없는 것은 경영자들의 확고한 브랜드 스토리가 없기 때문이다. 광고기획자들의 기획력 부재가 원인일 수도 있다. 혹은 광고사진을 촬영하는 사진사들이 그저 ‘그림’을 잘 잡으려고만 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든 이런 보잘 것 없는 이미지 광고사진을 촬영하는데도 촬영비가 만만치 않다. 무명의 외국인 모델을 써서 실내 촬영을 하는 경우도 1천만원 내외가 든다. 실외인 경우 2∼3천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해외촬영을 나서면 1억원대를 호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패션에서 광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브랜드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다. 강렬한 이미지 광고로 주목받은 브랜드는 베네통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베네통은 광고에 사형수, 에이즈환자, HIV감염도장이 찍힌 아기 엉덩이, 신부와 수녀의 키스장면 등을 등장시켜 세상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광고는 베네통의 예술감독이던 올리비에 토스카니의 독특한 광고 스타일의 산물이다. 이 광고들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베네통을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키는 데 일조 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광고가 베네통의 매출을 급강하시키고 고객들이 베네통을 멀리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한때 파격적인 장면의 광고가 유행했다. 모 브랜드에서 패션과는 무관한 낙태수술 장면을 광고사진으로 내보낸 것 등이 그것이다. 브랜드와 광고가 일관성을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메이비원(주) | 대표:황상윤 | 개인정보보호책임자:신경식
사업자등록번호:206-81-18067  | 통신판매업신고:제2016-서울강서-0922호
TEL 02)3446-7188  |  Email : info@fi.co.kr
주소 :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8로 1길 6 (마곡동 790-8) 메이비원빌딩
Copyright 2001 FashionInsight co,.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