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많은데 인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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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3 오전 11:08:41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회사가 부도나거나 브랜드를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기업이 도산하고 브랜드가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사람도 정리된다. 실력 있는 사람은 이미 더 좋은 직장을 찾아가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당수는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요즘 기자에게는 하루에도 4∼5명의 지인들이 사람 때문에 전화를 걸어온다. 좋은 일자리를 구해달라는 전화도 있지만 대부분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는 전화다. 인맥이 넓은 덕분에 ‘서로를 연결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서로의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성장시대 또는 거품시대에는 본인의 실력도 중요했지만 시장이 성장했기에 잘 나가는 기업에 발만 걸치고 있어도 괜찮았는데, 공급 과잉인 요즘에는 남들보다 확실하게 뛰어난 실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사람을 구하는 입장에선 현재 잘 나가는 브랜드에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건전한 수요와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스스로의 ‘실력’보다는 현재 몸담고 있는 ‘브랜드’로 사람을 평가하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좋은 사람을 찾기보다는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이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의 이력서를 살펴보면 상당수가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온갖 기업과 브랜드를 동원해 이력서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지만 정작 개인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항목은 부족하다. 어디에 있었느냐가 아닌, 어떤 일을 할 수 있느냐를 구체적으로 기술한 이력서는 많지 않다. 경기가 침체되고 정리되는 회사와 브랜드가 적지 않지만 좋은 사람에 대한 갈증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기가 침체되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실력’에 대한 기준은 더욱 높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패션산업은 유독 전문인력을 강조한다. 그만큼 전문성을 인정받으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상당한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전문성에 대한 평가기준도 많이 바뀌었다. 시장환경이 바뀌고 경쟁자도 바뀜에 따라 예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력으로는 성장은 물론 생존도 자신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업들도 무작정 잘 나가는 사람만을 찾기보다는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아내고 길러내야 한다. 잘 나가는 브랜드의 사람을 비싼 값에 데려올 수는 있겠지만 우리 기업, 우리 브랜드와 잘 맞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번 더 심사숙고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과 개인 모두 미래에 대한 장기 목표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고 개인의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다.

정인기 차장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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