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도시의 섹시패션, 하바로프스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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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3 오전 11:05:13

백화점에는 간간히 한국산 제품이 눈에 띄었다. 추운 지방 사람들답게 가난하지만 옷에 투자를 많이 한다. 시장이나 백화점에는 모피 시장이 즐비하고 밍크 롱코트가 300만원 정도로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두툼한 비버모피 코트가 눈길을 끌었다. 이곳에는 산업이 별로 없다. 사람들은 아무르강(흑룡강)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벌목을 한다. 야채도 수입할 정도로 사람들은 생산에 종사하지 않는다. 각국의 사람들이 들어와 있고 북한의 벌목공들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북한 벌목공들은 대체로 당성이 좋은 신분이고 1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북한정부에 내는 돈을 주고 100달러 정도의 개인 돈을 벌 수 있지만 매우 인기 직종이란다. 산업이 낙후되어 있는데도 온갖 패션이 거리를 활보하고 비행기 생산공장이 있을 정도로 첨단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사람들의 진출도 조금씩 늘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그린하우스’라는 한국 식당이 성업중이다. 음식맛도 좋은 편이다. 삼성, 현대, 엘지 등의 광고간판이 보이고 엘지에서 생산하는 청소기가 인기다.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인에 대해 대체로 친숙하게 느낀다. 사람들은 게으르고 일을 잘 하지 않는다. 안내자 말로는, 그만큼 풍족하기 때문이란다. 숙련공들의 급여 수준은 우리 돈으로 50∼60만원을 넘어 중국보다 3배 이상 높다. 고려인 3세인 안내자는 대학생인 큰딸과 중고생인 둘째, 세째딸을 둔 5인 가족으로, 월 1천달러(약 120만원)의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바로프스크는 여름에는 한국과 같이 섭씨 35도를 오르내리고 2월의 혹한 때는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지만 살기가 좋은 곳이란다. 과거에는 밤이면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이제는 한국인들이 아는 것처럼 치안이 불안한 상황이 아니라고도 강조한다. 호텔비나 식당의 식사비는 한국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비싸다고 느낄 정도였다. 서구에서 발달한 커피나 빵, 치즈, 우유제품 등은 중국 제품보다 맛이 좋고 보드카는 대체로 많이 마셔도 머리가 아프지 않아 좋다. 달러도 유통이 안 되므로 입국시 공항에서 달러로 환전했다가 현지에 도착하면 루블화로 다시 환전해야 한다. 화폐가치는 1루블이 약 40원 정도다. 추위 때문인지 주택이 대부분 아파트로 바뀌어가고 있고, 도심에서 자동차로 불과 10분 거리에 ‘다차’라고 하는 일종의 전원주택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다차는 10평 미만의 작은 집이 있는 100여 평 내외의 농장인데, 웬만한 러시아 사람들은 이 다차를 한두 개 소유하고 있고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고 한다. 삶이 풍요함을 말해준다.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의 극동 도시인 하바로프스크도 외국인에게 땅을 팔지 않지만 50∼100년의 장기임대가 가능하고 매우 저렴하다. 한 중국교포는 이곳에 10만 평(한국 평수)을 장기임대하는 데 1억원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아무르 강가의 자연림은 단풍이 온통 대지를 물들여 장관을 이뤘다. 사람이 없어 버려진 끝없는 대지들이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풍경이었다. 그러나 민족차별이 심하고 특히 러시아의 중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 중국인들은 러시아 비자를 받는 데 매우 까다롭다. 한국인도 주를 넘어서 이동하는 데 제한이 있으므로 여러 곳을 여행하고자 할 때는 비자를 낼 때 잘 알아봐야 한다. 하바로프스크는 지리적으로 우리와 매우 가깝다. 그런데도 무척이나 멀게 느껴진다. 지금 우리에게 하바로프스크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 패션의 러시아 진출을 위한 실험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리와 체형이 크게 다르고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향후 우리 패션이 글로벌화하는 데 반드시 통과해야 할 시장이다. 한국과 유럽을 잇는 철도 개통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반드시 하바로프스크를 경유해야 한다. 가까운 미래 극동러시아의 문화중심으로 다가올 하바로프스크를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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