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좋은 개살구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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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1 오후 3:05:50

최근 미국 포브스(FORBES)는 시가총액과 주가 및 자본수익률 등을 기준으로 투자 가치가 높은 400대 글로벌 기업을 선정했다. 섬유 및 의류기업은 LVMH, 갭, H&M, 나이키 등 12개 기업이 선정됐다. 패스트리테일링(유니클로), 에스프리홀딩스 등 일본과 홍콩의 패션기업도 잘 나가는 400대 글로벌 기업으로 낙점됐다. 「갭」이 지난 8월 20일까지 올린 매출은 158억달러. 우리 돈으로 17조원이 넘는 매출 규모를 자랑했다. 올해 국내 섬유수출 목표치가 157억달러이니, 우리 섬유수출 외형은 「갭」 한 브랜드의 외형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스웨덴의 SPA형 패션기업 H&M의 시가총액은 210억 달러로 현대자동차(88억달러)의 2.4배 수준이다. LVMH의 시가총액은 295억달러, 나이키는 195억달러에 이른다. 금융계와 정부에서 ‘사양론’을 들먹이고, 한숨만 지었던 국내 섬유산업과 달리 구미 제국에서는 생산, 유통, 마케팅의 혁신을 통해 규모나 가치 측면에서 세계적인 기업과 브랜드를 육성한 것이다. 지난 11일 섬유센터 3층에서는 제18회 섬유의 날 행사가 있었다. 행사에 참석한 이희범 산자부 장관과 박성철 섬산연 회장은 사전에 약속이나 한 듯 섬유가 한국 수출의 기둥이며 앞으로 세계 3대 섬유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역설했다. 쿼터 폐지, 고유가 등으로 인한 난관이 적지 않지만 고유 브랜드를 육성시키고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논지였다. 그러나 이렇게 섬유산업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곳에 정작 브랜드를 만들고 해외시장에 진출시켜야 할 패션기업 관계자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사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섬유산업연합회와 유관단체, 그리고 이날 상을 받는 회사 관계자들의 모습만 보일 뿐이였다. 그나마 수상자들도 대부분 화섬, 면방, 봉제 등 전통적인 섬유산업 관련 업체들이 주를 이룬 탓에 내수 패션기업과 유통업체 사람들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 섬유산업의 미래가 브랜드에 달려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패션기업 관계자들로부터는 외면 받는 반쪽 행사를 연출했던 것이다. 섬유패션산업 관련 진흥정책도 과거에만 머물고 있다. 섬유산업 진흥정책은 죽어가는 하청산업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맞춰져 있고 패션 산업은 디자이너와 디자인 육성에만 치우쳐 있다. 그나마 출세욕과 과시욕에 사로잡혀 있는 관료와 단체장들의 치적 포장을 위해 소중한 나랏돈이 쓰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언젠가부터 섬유 관련 행사에서는 섬유 사양론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유 브랜드 육성, 고부가가치 제품생산 등 구호만 반복되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주무 장관이 몇 번 교체됐지만 10여 년째 틀에 박힌 한탄조의 레파토리만 반복되고 있다. 동유럽으로 쏠렸던 구미 제국 대형 브랜드의 눈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고,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언제까지 과거 속에 머물면서 한탄만 할 것인가.

정인기 차장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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