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회사나 개인이나 한 해를 정리하느라 바쁘다. 매체도 마찬가지다.
올 한 해 시장을 정리하는 기획기사들로 봇물을 이룬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단골 메뉴가 ‘상’을 주는 기획기사다. 올 한 해를 알차게 보낸 회사나 사람을 찾아 평가하고 상을 주며, 한 해를 정리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평가가 바탕이 된 상이라면 받는 이는 물론, 그렇지 못한 이에게도 귀감이 된다. 상이 주는 의미와 효과도 과거나 현재에 그치지 않고 미래에까지 구속력을 갖는다.
본지도 이러한 상이 주는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지난 한 달 넘게 전국 백화점 바이어를 대상으로 전 복종에 걸쳐, 최고 브랜드 설문을 실시했다. 패션업계 전문가 집단인 바이어들을 통해 올 한 해 평가할 만한 성과를 낸 패션업체와 사람을 기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설문 과정을 거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울 수 없었다.
일부 바이어들의 노골적인 ‘자기 편 들기’ 때문이다. 특정 목적을 갖고 설문에 응답을 하거나, 현격히 공정성을 잃은 응답이 그것이다. 물론 이번 설문은 실적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바탕이 되기는 했지만 엄밀히 볼 때, 바이어 개인의 선호도 조사에 가깝다. 따라서 바이어들이 주관에 따라 자기 편을 챙기는 것이 당연하고 어쩌면 그것 자체가 여론일 수 있다. 또 현격히 공정성을 잃은 응답은 설문 집계시 배제되기에 크게 문제가 안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전문가임을 의심케 하는 공정성을 잃은 응답은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업체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바이어간 정보격차도 아쉬운 대목이다. 해박한 식견과 정보를 갖고 있는 바이어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맡고 있는 브랜드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는 바이어도 몇몇 있었다. 심지어 바이어 중에는 최고 패션인을 묻는 설문에서 오래전에 퇴사한 사람을 해당 브랜드 사업본부장이나 영업실무 부서장으로 알고 지목하는 경우도 있었다.
바이어들이 브랜드의 디자이너 파트에 대한 정보와 관심이 거의 없는 점도 설문 결과 드러났다. 입점한 브랜드의 디자이너 실장 이름을 제대로 아는 바이어는 거의 없었다. 상품에 대한 소비자 욕구 변화와 문제점에 대해서는 지적하면서도 정작 이를 만드는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무지에 가까웠다. 최소한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의 디자인실장이 누구고, 어떤 경력과 성향을 갖고 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는 것이 전문가다운 모습이 아닐까?
바이어는 공급자인 패션업체와 수요자인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때문에 누구보다 양측을 잘 알아야 한다. 바이어가 현장에서 느낀 점에 대해 브랜드에 요구할 때, 그 브랜드 여건과 구성원 특성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좀더 발전적이고 효과적인 조언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번 설문 결과는 본지가 조사를 대행했을 뿐, 상을 주는 주체는 사실 바이어 자신들이다. 내 설문이 모여 소중한 정보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업계의 발전적인 여론이 형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또 충실한 설문은 알찬 내용을 만들어 상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는 점도 알았으면 한다.
박찬승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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