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서도 ‘디자이너 오디션(audition)’ 열풍이 뜨겁다. 이미 패션업계에는 런웨이 프로젝트와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최근에는 처음부터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브랜드’에 기준을 두고 있어 그 의미가 다르다.
최근 진행되는 디자이너 오디션의 기준은 디자이너 브랜드로서 독창성과 유니크함이 기본이지만 ‘얼마나 잘 판매할 수 있느냐’는 시장성도 중요하다. 우선 잘 팔려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디자이너 세대와는 차별화 된다.
오디션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의 마인드도 다르다. 최근 지켜본 한 오디션에서는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서부터 10여년간 다른 분야에서 일하다가 업종을 전환해 도전하는 40대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출연해 자신의 꿈과 열정을 쏟아냈다. 이들은 직접 패턴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샘플은 직접 재봉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고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등 1인 3역, 4역을 도맡아 하는 열의를 보였다. 해외 유학파는 물론 국내 메이저 패션업체에서 상당한 경력을 쌓은 실력파들도 적지 않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서부터 상품 하나하나의 기획 의도, 앞으로 사업계획 등을 설명하는 그들을 보면서 한국 패션산업의 밝은 미래를 확신할 수 있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올초부터 두타에 120㎡ 규모의 매장을 열고, 이곳에 2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8%라는 파격적 판매 수수료 덕분에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들의 신청이 줄을 잇고 있으며, 3개월마다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선별하고 있다. 백화점들도 디자이너 팝업 스토어를 진행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오디션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한국패션협회가 나서서 우수한 실력을 갖춘 디자이너를 선발해 8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를 가지기로 함에 따라 디자이너 오디션 열풍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패션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상반기 LG패션이 두 차례 걸쳐 가로수길에서 디자이너 팝업 매장을 진행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삼청동과 코엑스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패션그룹형지도 다음달부터 압구정동에서 20여개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발해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기로 하는 등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패션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셀렉트숍 유통이 활성화되고 백화점과 메이저 패션기업의 브랜드 사입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도 당분간 디자이너 브랜드에 대한 애정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 영화가 충무로에 몰려든 젊은 인재들의 열정으로 성장했듯 한국 패션산업도 디자이너들의 꿈과 열정을 최대한 잘 활용해 디자이너는 물론 패션업체와 유통업체 모두가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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