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백화점들이 점별 차별화와 콘텐츠의 다양화를 위해 인디·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에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들에게조차 갑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지난 4월 신세계·현대백화점이 이틀 간격으로 디자이너 페어를 열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대백화점에 입점한 A디자이너는 신세계백화점 바이어로부터 ‘다시는 우리 백화점에 입점할 수 없다’는 결별(?) 통보를 받았다.
현대백화점 무역점 팝업 스토어에 참가한 B디자이너는 밤 12시에 바이어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참가 브랜드 중 매출이 하위권을 기록해 자리를 이동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무역점은 자리가 협소해 17명의 디자이너가 12명, 5명으로 그룹을 나눠 매장을 열었고, 매출 순위에 따라 브랜드 간 자리 이동이 잦았다. 또 기대 이상의 매출이 나오지 않자 여성복 브랜드의 행사 상품을 서둘러 구성하기도 했다.
통상 백화점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의 수수료는 25%다. 지난 4월 열린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편집매장인 플로우, 에이랜드 등의 수수료가 35%, 백화점 편집숍의 수수료가 45% 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판매 지원 없이 디자이너 본인 또는 직원을 파견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리 낮은 수수료도 아니다.
매장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도 문제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최근 강남점에서 더 넓은 이벤트 홀로 공간을 변경하고, 일부 상위권 브랜드에는 입체적 구성이 가능한 면적을 주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유통에 목마른 인디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매장을 개설해 주겠다며 유혹의 손을 내민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런코 출신 디자이너들은 현대백화점의 4, 10월 행사에는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강요는 없지만 성적이 좋은 브랜드는 정식 매장을 열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새롭게 문을 여는 대구점에 매장을 개설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워 프런코 출신 디자이너 브랜드를 유치해왔으나 지난 4월 행사를 기점으로 상황이 변했다. 3월 행사에 참가한 동대문 창작 스튜디오 디자이너가 기대 이상의 매출을 올리자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매출 상위권 브랜드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인디 디자이너가 백화점 유통에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일부 행사에서는 편집숍 한 달 매출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디자이너 페어를 통해 무역점에서 3일 간 1억7000만원, 목동점에서 7일 간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지속성 없는 팝업 행사에서 매출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사라지고 결국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편집숍 담당 바이어는 “인디 디자이너·유통 모두 과도기적 살황에 있는 것 같다”며 “백화점도 사입 비중을 늘리고, 자주 편집숍을 확대하는 등 개선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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