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선정기준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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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0 오후 1:18:20

지난 3일 서울의 하얏트호텔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모델라인에서 주최하는 부문별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이 열린 것이다. 매년 연말에 실시하는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이 올해로 21회를 맞았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정치인 한선교, 탤런트 채시라, 야구선수 심정수 등 각계의 소위 ‘옷 잘 입는 사람들’이 상을 받았다. 이날 행사에는 700여 명의 국내외 패션 관계자가 자리했고, 올해의 최고 디자이너로 디자이너 도호(본명 도향호)가 선정돼 미국 히피 풍으로 40여 분 간 화려한 패션 쇼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브랜드 「도호(DOHO)」는 섬유도시 대구에서 출발해 수많은 마니아를 이끌면서 작금의 장기불황 속에서도 30% 이상 매출신장을 기록하는 촉망받는 브랜드다. 이 자리에서 21년 간 베스트드레서 시상식을 이끌어온 이재연 모델라인 엔터테인먼트 회장은 감회에 젖어 눈물을 글썽였다. 이 회장은, “제 처가 연설은 짧게 하라고 말했지만 오늘은 좀 길게 이야기해야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우리는 왜 우리 패션을 명품이라고 말하지 않습니까? 수입품은 무조건 명품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패션은 뭐라고 말합니까”라며 절규했다. 언제부턴가 우리 주변에는 ‘명품’이란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리고 그 ‘명품’은 고급 수입 패션 상품을 일컫는 보통어로 통한다. 수입 패션 상품은 명품인가? 우리는 현 시점에서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일부 수입 상품 중 명품이라 할 만한 것이 없지는 않다. 그들의 디자인력이나 상품력을 우리는 당연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입 상품은 국내 브랜드들보다 품질력이나 디자인력이 떨어진다. 특히 우리 패션 제품의 품질력이 향상되면서 국제적인 최고급 브랜드들과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는 국산품들도 많다. 실제로 중국에서 한국의 패션 상품은 최고급 상품이며 유럽의 고급 상품과 가격면에서도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 상품을 우리 스스로 명품으로 명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면서 수입 상품은 무조건 명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스꽝스런 일이다. 수입 상품을 명품으로 치켜세우는 데는 언론과 백화점이 앞장 서고 있다. 상혼으로 무장된 백화점들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하여 백화점 안팎을 수입품으로 치장하고 이를 명품으로 선전, 백화점 고급화의 도구로 이용한다. 외국의 유명 브랜드는 대부분 1층에 매장을 준다. 규모도 크고 엄청난 인테리어 비용을 들인다. 백화점측에서 이들 브랜드를 유치하기 어려운 만큼 좋은 자리를 주고 판매수수료 역시 국내 브랜드의 절반 수준을 받는다. 이들 브랜드는 상시로 백화점 외관에 명품으로 광고한다. 각종 매체의 광고물에 우선 등장한다. 입점 계약조건에 이런 사항들이 명시되어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일부 브랜드는 그렇다치고 백화점들이 장기불황에 빠지면서 수입 브랜드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매출이 부진한 국내 브랜드를 하나하나 밀어내고 그 자리에 유럽이나 미국의 수입 브랜드를 채우는 것이다. 그 수입 브랜드는 어김없이 명품으로 광고한다. 백화점들의 광고에는 수입 브랜드로 꽉 메워진다. 국내 브랜드는 수입 상품 광고의 여백을 메우는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모 백화점은 수입 브랜드만을 모아서 세일광고를 낸 적이 있다. 여기에도 수입 명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외국의 문물을 동경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수입 브랜드는 당연히 명품이고, 국내 브랜드는 명품이라고 말하는 것이 쑥스럽다면 정말 문제다. 무엇이 명품인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가운데 단지 소비자들을 자극하기 위한 수단으로 외국 수입 상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우월의식을 심는 게 아닌가? 우수한 공예가를 ‘명장’으로, 우수한 연주가를 ‘명인’으로 선정하듯이 패션에서도 ‘명품’으로 선정하는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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