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인상 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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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20 오전 11:58:56

연말 연시가 되면 언제나 이곳 저곳에서 수상 소식이 들려온다. 상을 주고 그 공덕을 기리는 것은 ‘공덕비’나 ‘열녀문’ 전통으로부터 내려온 우리네 인정이기에 연말은 늘 따뜻하다. 그러나 그 상이라는 것이 가끔은 웬수 짓을 하기도 한다. 기준이나 선정 과정에 대한 의혹과 불공정 시비 때문이다. 최근에 열린 ‘청룡영화제’와 ‘MBC영화대상’ 수상 결과를 보면 나라뿐 아니라 영화판도 양쪽으로 나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준에 따라 너무 다른 결과가 나왔다. 가요계 또한 사전 로비설 내지는 집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너무 상이한 결과가 나오는 방송 3사의 연말 가요대상 시상식을 없앤다고 한다. 지난 8일 한국패션협회는 2004년 서울패션인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올해의 디자이너상은 「Y&Kei」의 강진영·윤한희 부부가, 올해의 신인 디자이너상은 「앤디&뎁」의 김석원·윤원정 부부가, 올해의 경영인상에는 박창근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대표가, 올해의 브랜드상에는 「EXR」이 각각 선정되었다. 수상자 모두에게 축하를 보낸다. 특히 1997년 1회 서울패션인상에서 ‘오브제’로 신인 디자이너상을 수상했던 강진영·윤한희 듀오는 「Y&Kei」로 다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수상해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취지에 맞게 1년 간 열심히 잘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 이를 타산지석의 모범으로 삼는 것은 업계 발전을 위해 필요충분 조건일 것이다. 하지만 늘 명분이나 기준이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004 패션인상 선정은 다소 문제가 있었다. ‘한 해 동안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인 패션인에 대한 시상을 통해 창의적 작품 활동의 장려 및 패션업계 활성화 도모’. 바로 서울패션인상의 제정 목적이다. 이러한 목적에 과연 박창근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대표가 합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리바이스」가 창의적인 작품활동을 장려할 정도로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난 브랜드인지, 또한 그 브랜드가 우리 패션계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라면 국내 수입 명품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샤넬코리아 지사장이나 LVMH코리아 지사장에게 먼저 이 상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대종상 시상식’에서도 ‘청룡영화제’에서도 외국계 직배 영화사에 대한 시상이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시상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출발비디오여행>을 통해 무수한 외화를 방영하는 MBC조차 ‘한국영화대상’에 외화를 넣지 않았다. 우리 패션계는 영화계를 보며 부러움을 표시한다. 한편에서는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1천만 관객 동원, 즉 국민 4명당 1명이 같은 영화를 본 대기록을 세운 영화판이다. 아무도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우리 영화가 꿀린다(?)고 생각지 않는다. 점유율 50%를 넘긴 지도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인들은 일치단결해 스크린쿼터제 폐지를 결사 반대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 우리 영화가 맥을 못 추던 시절, 외화 상영 수에 따라 일정 비율 한국 영화를 의무 상영케 한 그 고리타분한 쿼터제를 말이다. 물론 그 스크린쿼터제는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럼 우리 패션계는 어떠한가. 1997년, 패션 쿼터제는 고사하고 변변한 방어수단 하나 없어 허망하게 수입 브랜드에 사랑방을 내주더니, 2004년 현재는 안방까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에 국내 패션 브랜드의 연합체인 한국패션협회는 1년 간 열심히 국내에서 달러를 벌어 미국에 보낸 수입 브랜드에 올해의 경영인상을 주었다. 물론 받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사람이 안 되니 저 사람 주자’는 식의 나눠먹기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곧 리바이스재팬으로 떠나는 박대표에게 전출 선물이 되어서도 더더욱 안 될 것이다. 서울패션인상은 서울시의 재원, 정확히 말해 국민의 세금으로 1년에 한 번씩 국내 패션 활성화를 위해 주는 격려상이다. 즉, 한국 패션 발전에 공로가 역력한 자에게 주는 소중한 상이다. 국내 패션업체의 창의적 작품활동을 장려한다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이번 박창근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대표의 서울패션인상 수상은 한국패션협회의 ‘패션코리아’ 구호가 얼마나 허망한지, 또한 창의적인 작품으로 세계 6대 컬렉션을 지향한다는 서울컬렉션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를 보여주는 단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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