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백화점의 ‘한국 브랜드 쿼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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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2011-02-25 오후 1:53:52

한국 패션 브랜드가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지난 2003년 개최된 프리뷰인 상하이(PIS)가 단초를 제공했다.

당시 사스(SARS)가 아시아권을 휩쓴 가운데 치러진 이 행사에 한국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했으며 이후 상당 수 브랜드들이 중국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 패션 브랜드들은 괜찮은 대우를 받았다. 때마침 불기 시작한 ‘韓流’도 한몫 했지만 백화점에 채울 마땅한 브랜드가 부족했던 중국 유통업체로선 한국 브랜드가 구세주였다.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패션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더욱 활발해졌으며, 너도나도 중국 진출을 외친 탓에 중국 백화점에는 한국 브랜드로 넘쳐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사무실이 몰려있는 상하이에는 40여 개 기업의 지사가 운영되고 있으며 종사 인원만 하더라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간 한국 브랜드들의 중국 시장 진출 성적표는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랜드 그룹을 비롯한 5~6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과는 고사하고 매년 적지 않은 돈을 까먹고 있는 기업이 대 다수이다. 몇몇 기업은 무리한 진출과 매장 확장, 철수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한국 본사가 부실해진 경우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 특히 주재원이나 통역을 담당하던 직원에게 브랜드 사업을 맡긴 탓에 ‘무조건 열고 보자’ 식이거나 제품 수급에서부터 재고관리에 이르기까지 수익구조를 감안하지 않아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형태도 쉽게 볼 수 있다. 몇몇 기업은 오너가 주말마다 출장가서 챙기고, 시시콜콜 한 것 까지 한국에서 전화로 지시하는 탓에 ‘리모콘 경영’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한 마디로 브랜드 사업 전반에 대한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로 분석된다.

현지 백화점 유통 현황과 바이어들을 상대할 수 있는 영업력, 판매사원 관리, 물류 등 모든 부분이 낯선, 한국에 비해 몇 배 어려운 시장을 공략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몇몇 사람에게 일임한 것은 이미 처음부터 ‘시행착오’가 예견됐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부터 선행돼야
최근에도 모 대기업은 중국 시장 공략에 앞서 중견기업 지사장을 고액에 영입했다.

또 지난해부터 진출한 여성 캐주얼 업체는 모 캐주얼 업체 실무자를 억대 연봉을 주고 영입했다고 한다. 이미 지나간 얘기지만 제일모직이 이랜드 출신 사람을 데려가면서 불거진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패션사업은 사람 의존율이 높기 때문에 고액을 주고서라도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는 심정은 한 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사람이 그만큼 중요하다면 한국에서부터 ‘사람에 대한 투자’부터 해야 할 것이다.

중국 사업은 시장의 규모만큼이나 한국 기업에겐 미래가 걸려 있다. 그만큼 중요한 시장을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기업의 핵심 인력을 양성해 할 것이다.

더욱이 무조건 가서 깃발부터 꽂아보자는 식의 돌격정신보다는 우리 기업의 체력과 성격을 생각할 때 어떤 형태로 갈지,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지부터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중국 내수 패션기업과 제휴도 추진해야 한다.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한국 직원 가운데 일부는 만날 때마다 바뀐 명함을 주는 사람도 있다. 검증이 안 된 사람을 통한 시행착오는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중국 내 한국 브랜드의 위상도 크게 바뀌었다. 최근 만난 중국 패션신문 발행인은 “중국 내 주요 백화점에는 ‘한국 브랜드 쿼터제’가 있다”고 했다. 지나치게 많은 한국 브랜드가 입점을 요구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매출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일정 비율 이상은 넣지 말라는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국 기업 간 상호 비방도 도를 넘고 있다. 내가 입점하기 위해서 없는 루머도 만들어 상대방을 헐뜯는 탓에 한국 패션에 대한 전체 이미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패션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개별 기업들은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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