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세계 패션의 핫 이슈를 꼽는다면 단연 ‘아듀 꾸뛰르’와 ‘꾸띠리에 칼 라거펠트와 낙오프(Knockoff)의 대명사 「H&M」과의 만남’일 것이다(낙오프는 미국속어로 오리지널 디자인을 모방한 싸구려 복제품을 말함). 여기에 2004 최고 패션 흥행작 <굿바이 구찌>에서 열연한 비련의 주인공 톰 포드 역시 낙오프 브랜드 「망고」로 디자이너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소문이다.
애초 라거펠트가 샤넬을 노골적으로 베껴 연매출 777억5천만달러를 올리는 스웨덴 리테일 체인 「H&M」과 손잡았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라거펠트가 자신이 디자인한 99.99 달러 블랙 시폰 드레스를 입은 모델과 함께 찍은 「H&M」 광고를 볼 때만 해도 한낱 해프닝 정도로 치부했다. 늘 오리지널의 선점 원칙은 짝퉁의 기발함을 넘어섰으니까.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소비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전세계 500여 매장을 통해 선보인 리미티드 컬렉션에 열광한 여성 고객들은 탈의실에 들어갈 시간도 아까워 속옷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마네킹에 입혀진 옷까지 벗겨갔다. 베를린 매장에서는 30분 만에 품절되었고, 품절된 당일 오후에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를 통해 물건을 되파는 소비자까지 등장했다. 바야흐로‘맥 패션’, ‘패스트 패션’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그럼 라거펠트는 그토록 미워했던(?) 「H&M」과 왜 손잡았을까? 이에 대해 그는 “바쁜 점심 시간에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맥도날드로 달려가지만 저녁에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다이어트 코크 대신 비싼 와인을 마신다. 이것이 요즘 소비자들의 라이프다. 「샤넬」 같은 사치품이 필요하다면 역으로 「H&M」과 같은 브랜드도 필요하다. 명성은 가격이 아닌 취향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제 패션 디자이너들의 ‘패스트 패션’ 열풍은 라거펠트의 모범(?)으로 인해 급물살을 타고있다. 라거펠트 외에 디자이너 아이작 미즈라히가 「타겟」 디자이너로, 디자이너 후세인 사라얀과 소피아 코코살라키가 「탑숍」의 게스트 디자이너로, 런던 디자이너 엘리 키시모토가 「뉴룩」의 디자이너로 각각 활동중이다. 이들 패스트 패션 회사들은 보통 4∼6주 안에 새로운 라인을 매장에 내놓는다. 결국 6개월 전 컬렉션을 통해 트렌드세터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려왔던 디자이너들에게 위기가 온 셈이다.
20세기 중반만 해도 세계 패션 비즈니스는 맨 위에 오뜨꾸뛰르, 중간에 쁘레따뽀르떼, 그리고 맨 아래 매스 리테일러들이 주도하는 낙오프 브랜드의 피라미드 구조였다. 1980년대 들어 LVMH와 같은 글로벌 그룹이 새로운 럭셔리 시장을 장악하면서 오뜨꾸뛰르 고객을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결국 오뜨꾸뛰르는 로고가 엠보싱된 립스틱이나 향수, 핸드백을 팔기 위한 미끼로 전락하게 되고, 2만 달러로 폭등한 옷 값은 여성 소비자들의 감소를 가져와 1960년대 한 때 2천 명에 달하던 고객은 2백 명으로 감소해 ‘꾸뛰르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약 10억 달러 규모의 패션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주주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패션 브랜드의 상업적 변신은 필수가 되었고, 패스트 패션은 맨 아래에서 위로 급속하게 상승했다.
1990년대 말, 세계 패션의 변방으로 취급받았던 스웨덴 브랜드 「H&M」과 스페인 브랜드 「자라」가 유럽 전역에 수백 개 매장을 오픈했다. 그리고 컴퓨터 테크놀러지를 이용, 빠른 디자인 사이클을 선보였다. 「자라」의 경우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하기 위해 426개 매장으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로 매년 10,000 피스 이상의 아이템을 선보인다. 최근 부상중인 「탑숍」도 1주일에 3백여 개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고, 「페라가모」는 10주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제 패션의 수명은 6개월에서 2주로 앞당겨진 것이다.
최근 꾸뛰르의 위기는 세계 패션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패션계 상업주의를 비난하며, 후계자 지목 없이 은퇴한 이브 생 로랑, 발망의 오뜨 꾸뛰르 아웃 등은 ‘꾸뛰르 종말의 서곡’이었는지 모른다. 올 들어 웅가로와 베르사체, 하니에 모리가 꾸뛰르 매장을 접었고, 장 폴 고티에도 꾸뛰르 매장 폐점을 고민중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오뜨꾸뛰르 컬렉션 무용론도 나온다. 「디올」이나 「샤넬」 처럼 라인에 있어 오뜨꾸뛰르와 쁘레따뽀르떼의 눈에 띄는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시즌 개념도 없어지는 바람에 정기 컬렉션에 대한 회의론도 함께 머리를 들고 있다.
‘맥 패션파’의 이러한 안티 컬렉션 움직임에 반발도 크다. 그 대표 주자인 파리패션조합 디디제 그랑박 회장은 “이러한 모든 문제의 시작은 무분별한 카피 때문이라며 너무 일찍 프레스에 공개되어 싸구려 카피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는 대안으로 제한된 리테일러와 프레스만을 위한 홀딩쇼를 열자”고 제안했다.
라거펠트는 현재의 「H&M」 이나 「자라」같은 맥 패션 브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