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패션계의 화두는 단연 중국시장 진출이다. 때문에 패션사업가는 물론 디자이너, 마케팅 매니저 등 숱한 사람들이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중국의 몇몇 유력 백화점은 한국 패션 브랜드의 상담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 결과 일부 중국시장 진출 브랜드도 늘어나 이제는 중국의 전국 어디서나 유력 백화점에서는 한국 브랜드를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올해는 한국 패션 기업의 중국 진출이 더욱 왕성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 진출은 어떨까? 지금까지 우리 패션계는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 진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만큼 중국 패션 제품이 조잡하여 우리 시장을 넘보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내용을 알고 보면 그렇게 여유만만할 때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OEM생산을 해 판매하는 우리 브랜드의 made in CHINA 제품은 이미 시장 구석구석까지 자리하고 있고 고객들도 구매를 크게 꺼리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패션 기업이 기획해 OEM생산을 해 들여오는 중국 제품이 아닌, 실제 중국 제품이 대량으로 밀려오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 주변의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싸구려 중국산 옷들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 가격이 너무 싸서 국내 기업들이 생산가격을 맞춰내지 못하기 때문에 중국산 옷의 시장 잠식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이보다 다소 높아진 시장 제품이 들어오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중국 패션 기업이 생산해 동대문시장 등 국내의 도매시장에서 판매하려는 시도가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동대문의 몇몇 상인들은 중국의 패션 기업들과 상품 수입에 관한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뿐 아니다. 최근 중국의 패션 대기업 중 하나가 한국 매장 출점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이 기업은 중국 패션 기업으로서 한국 출점이 자국내 패션업계에서 위상강화에 기여할 뿐 아니라 한국시장에 대한 장기투자계획의 일환으로 생각해 매우 적극적이다. 일부 중국 패션 기업들은 한국내 사무실을 내고 한국 패션에 대한 연구와 구매를 전담시키고 있어 언제든지 한국 마케팅이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섬유패션산업의 위력은 우리의 상상을 넘는다. 중국은 이미 세계 섬유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미국 섬유 시장의 50%에 육박하는 시장 쉐어를 확보하고 있다. 패션제품도 홍콩을 포함할 경우 미국시장에서 40%를 넘어서 최강국이다. 중국 기업의 한국시장 공습이 본격화된다면 우리 패션시장의 형국은 융단폭격을 연상케 할 것이다.
다행히 아직은 중국의 유력 패션 기업이 자사 브랜드를 달고 한국시장을 겨냥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리 소비자들이 중국 브랜드를 접하는 날이 멀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 5년 이내에 우리 주변의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될 것이다.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 진출은 단순히 우려나 호기심 정도의 사건이 아니다. 중국인은 우리와 정서적·체형적으로 매우 닮았다. 그래서 중국 브랜드의 한국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면 우리 내수 브랜드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어쩌면 수많은 내수 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또 한 번의 시장 재편 회오리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처음에는 중저가 시장에서 시작하여 시간이 가면서 고급 시장으로까지 깊숙이 파고들 것이다. 유럽의 명품 브랜드들은 우리와 문화적으로, 체형적으로, 마케팅 환경 차이로 인해 시장확장에 한계를 드러내지만 중국과 한국은 사정이 다를 것이다. 결국 우리는 중국 패션 기업이 한국시장에서 본격 확장에 나서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중국 패션 기업에 대비하는 길은 강력한 브랜드 캐릭터를 만들거나 기업을 규모화하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정보의 공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브랜드의 강력한 캐릭터 유지는 쉽지 않다. 여기에는 일부 패션 기업이 보유한 유능한 디자이너의 자기 세계 구축으로서만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대부분의 패션 기업이 강력한 캐릭터 구축에 어려움을 갖는다고 본다면 대부분의 한국 패션 기업은 향후 중국 패션 기업의 한국 역습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중국 패션 시장을 공격하고 있는 형국이라면 수년 안에 수십 배 큰 규모의 역습을 당할 것이다. 지금 우리 패션 기업은 중국의 역습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새로 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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