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여성의류 업체간 패션상품 디자인 카피를 둘러싼 논쟁공방이 뜨겁다.
소수의 아이템이 상품화되어 특허등록 출원이 가능한 일반 공산품과 달리 시즌당 200∼500스타일을 출시하는 패션업체의 경우 짧은 판매기간으로 수백 개의 자사 개발 상품의 특허등록 출원이 불가능한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디자인 상품 카피에 관련된 불미스런 논쟁은 계속되어 왔다.
패션의류 제품의 경우 각 경쟁사가 출시하는 시즌별 신상품에 대해 대다수의 패션회사가 참고용 또는 카피용으로 일정 부분의 예산을 상품개발비로 투자하는 것은 이미 관례화되어 있다.
또한 시즌별 해외 컬렉션의 정기적인 관람이나 해외 시장조사를 통해 소재와 디자인, 패턴, 스타일 등 차기 시즌 상품기획을 위한 샘플 구매 비용과 관련 트렌드 자료와 서적구매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당연히 상품개발비 명목으로 회사가 부담하는 몫이다.
상위 랭킹 회사의 신상품 초기 고객이 순수한 소비자가 아닌 경쟁사 또는 직간접으로 관련된 패션인들 구매비중이 월등히 높은 경우와 이들이 오히려 트렌드 세터로 매출을 주도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의 경우 전세계를 대상으로 순수한 고객보다 전세계 패션계 종사 디자이너, 디렉터, 패션 경영인 등에게 무지막지하게 샘플용으로 대량 판매되고 있는 것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국내 패션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참고용 또는 카피용 제품으로 회사의 막대한 공금을 들여 해외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구입했을 것이고 앞으로도 똑같은 용도로 구매할 것이다. 누가 얼마나 더 비용에 제한받지 않고 샘플을 더 많이 사느냐가 해당 브랜드의 제품 경쟁력과 디자인력을 좌우할 정도로 우리 패션계에 해외 오리지널 제품 카피에 대한 문제는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닌 것이다.
‘더 이상 순수한 창작물은 없고 카피에 의한 재해석만이 있을 뿐’이라고 어느 유명 디자이너가 말했듯, 문제는 경쟁사나 유명 기업 제품을 100% 복제해서 버젓이 판매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아이디어와 감성을 얻어 보다 나은, 그리고 전혀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한다면 그것이 곧 순수한 창작물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에프앤에프 「시슬리」와 대현 「CC클럽」사이에는 겨울 인기 아이템으로 판매를 주도한 버버리 패딩 제품의 카피 논쟁이 붙어 법정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에프앤에프는 자체 기획과 디자인을 통해 힘들게 개발한 「시슬리」의 지난 겨울 대박 아이템인 버버리 패딩 제품을 「CC클럽」이 노골적으로 카피, 30%가 싼 30만원대에 출시하여 영업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현측은, “3년 전 샘플용으로 구매한 해외 브랜드 「H&M」의 오리지널 상품을 정리해서 출시했으며, 오히려 「시슬리」가 오리지널 제품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H&M」 버버리 패딩을 카피했다”며 법정 증거품으로 「H&M」의 오리지널 상품을 제출했다.
패션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 카피와 관련된 불미스런 분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동안 국내 브랜드들이 주로 카피했던 글로벌 브랜드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국내 패션업계의 생존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카피를 했냐 안 했냐의 문제는 고객의 판단에 맡기고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브랜드 부가가치를 올리는 작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숙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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