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나이 다다시 「유니클로」 회장이 한국 패션시장에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 그는 지난 23일 한국 패션시장의 중심인 서울 잠실 롯데호텔, 80여명의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3년 내 한국 패션시장을 평정하겠다”고 일성을 터뜨렸다.
실로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한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중국과 동남아, 러시아 등 전세계 시장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의 자신감은 정량적인 수치에 그치지 않았다.
“젊은 일본문화(日本文化)를 캐주얼로 표현하고, 이를 전세계에 전파하겠다”며 일본문화 전도사로서의 역할도 자신했다. 나아가 “내년에 파리와 상하이에 초대형 플래그십숍이 오픈되면 ‘옷을 바꾸고, 의식을 바꾸고, 세계를 바꿔나간다’는 「유니클로」의 비전이 실현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근 만난 한 캐주얼업체 오너는 「유니클로」와 관련된 일로 아주 심한 역정을 냈다. 그는 “한국의 백화점들이 속도 없이 단지 글로벌 브랜드란 이유로 유리한 조건에 입점시키며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국내 브랜드는 높은 수수료는 물론, 백화점과 대형마트 병행 영업을 금지하면서 「유니클로」는 롯데백화점이든, 이마트든 가리지 않고 들어간다” 등 불만이 끝없이 이어졌다.
듣고 보니 그 심정에 이해가 됐다. 럭셔리 브랜드에 이어 중저가 브랜드에까지 해외 브랜드엔 한없이 몸을 낮추면서 내셔널에는 안하무인(眼下無人)격인 백화점의 행태나, ‘대동아 공영권’까지 주장하며 전방위 공세를 퍼붓는 해외 브랜드를 두 세 페이지에 걸쳐 홍보하는 신문이라니… 패션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러나 그런 어설픈 감정에만 얽매여 있기엔 우리의 미래가 걱정됐다. 1970년대말 내수 패션시장이 태동한 이후 우리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해왔다. 당장 돈이 되는 눈앞의 시장에만 눈독을 들였지, 시장을 분석하고 최소한 1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브랜드를 설계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는 인색했다.
유통도 마찬가지였다. 백화점에만 매달렸지, 상권을 개척하려는 노력이나 패션업체 간 공동노력은 아쉬웠다. 「유니클로」에 대한 편애와 그들의 거친 행보를 시기하기 이전에 그들을 이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들의 출생 배경부터 성장과정, 때론 그들의 실패사례까지도 되새김질 하며 배우겠다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야나이 회장은 2003년 <1승9패>란 책을 냈다. 진짜 사업에 성공하려면 1승9패라도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야나이 회장의 이번 방한이 한국 패션업체들에게 큰 교훈이 되길 기대한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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