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레드 카펫 향연이 지난달 28일 미국 로스엔젤리스 코닥극장 앞에서 펼쳐졌다. 올해 오스카 패션의 특징은 ‘페미니니티의 만개’이자 ‘패션 디자이너들의 대리전’이었다.
풍성해진 러플과 인어 공주를 연상케 하는 피시 테일, 가슴선이 깊게 파인 V네크, 등이 훤하게 파인 백리스까지.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특히 성공을 의미하는 ‘블루’가 유혹의 상징인 ‘블랙’을 물리쳤는데, 이는 ‘페미니니티 패션’의 승리로, 수컷에게 잘 보이기 위한 지난 2000년 동안의 유혹에서 ‘여성의 솔직한 표현’ 내지는 ‘당당한 자기 주장’으로 바뀌었음을 반증했다.
올 오스카의 레드 카펫 캠프는 프랑스의 우세 속에 이태리, 미국이 가세한 3파전이었다. 여우주연상 수상자 힐러리 스웽크는 기라로시의 등이 깊게 파인 블루 드레스를 선택했고, 여우조연상 수상자 케이트 블란셋은 28명의 디자이너들의 러브콜 속에서 결국 발렌티노 꾸뛰르의 금색 실크 드레스를 선택해, 파리 디자이너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들 외에 파리 디자이너로는 샤를리즈 테론이 입은 디올 꾸뛰르, 소피 오케니도가 입은 로샤스, 기네스 펠트로가 입은 스텔라 맥카트니, 스카렛 요한슨이 입은 로랜드 뮤레, 커스틴 던스트가 입은 샤넬 꾸뛰르, 나탈리 포트만의 랑방 등이다. 이태리 디자이너로는 비욘세 놀스와 버지이나 매드슨, 할리 배리가 입은 아틀리에 베르사체가 단연 두각을 나타냈고 이외에 매기 질레할과 셀마 헤이엑이 입은 프라다, 아네트 베닝이 입은 아르마니 프리베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디자이너로는 르네 젤위거가 입은 캐롤리나 헤레라, 케이트 윈슬렛이 입은 바즐리 미스치카, 페넬로프 쿠르즈가 입은 오스카 드 라 렌타, 에미 로섬이 입은 랄프 로렌 등이 선보였다.
최근 국내 유명 백화점들이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대형 명품 백화점을 지향하는 백화점 입장에서 보면 수입 브랜드만으로 매장을 모두 메울 수가 없는 상황이고,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도 불황인 요즘 딱히 탈출구가 없기에 백화점 편집매장 입점 제의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여기에 수수료도 대폭 낮춰주고 결재일도 1달에서 15일로 바꾸어주고, 판매 사원도 파견해 주는 그들의 표현대로라면 파격적인(?) 스페셜 계약서를 들이밀며 소위 ‘디자이너 꼬시기’에 나섰다.
하지만 계약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디자이너 죽이기로 귀결된다. 백화점에서 팔 자신이 있는 아이템을 선택하는 사입제가 아닌 위탁판매 형태의 편집매장의 경우, 매장을 오픈한 지 몇 달이 지나 매출이 잘 나오는 1, 2등에 맞춘 디자인을 백화점이 디자이너에게 요구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디자이너별 캐릭터를 모아놓은 편집매장이 결국은 매출 1, 2등 브랜드의 색깔로 바뀌게 되고, 그 들러리로 전락한 나머지 브랜드들은 백화점 매장에서 자발적으로 아웃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필요할 때만 디자이너 브랜드를 구색용으로 이용하는 백화점들이 부스 장사(?)에만 너무 열을 올려 유망 디자이너 브랜드들의 수명을 단축시켜 국내 백화점을 수입 브랜드만의,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 서는 셈이다.
물론 디자이너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사실 구찌나 프라다, 아르마니와 같은 소위 국내에서 잘 나가는 수입 명품들을 보면 “비싼 값을 하는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꼼꼼한 바느질에 인체공학적인 패턴, 여기에 최고급 이태리산 원단까지. 그들은 늘 소비자들에게 제시한 가격에 걸맞는 가치를 창조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고 결국 마니아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우리 디자이너들은 어떤가. 과연 소비자들에게 제시한 가격에 맞는 가치를 창출하고 있느냐 하는 문제다. 그 흔한 잡지 광고도 안 하고 디자이너들의 월급도 박봉이다. 여기에 매장 인테리어도 럭셔리급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옷 값이 그렇게 비싼 이유가 무엇인가. 막말로 ‘사기(?)’에 가깝다. 믿고 싶지는 않지만 몇만원짜리 원단으로 만든 몇십만원짜리 옷을 단지 디자이너의 이름으로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아 부당이익을 챙기는 디자이너가 아직도 있다면 언젠가 소비자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수입 명품 브랜드는 대우해 주고 국내 브랜드는 홀대한다”는 생각 저변에는 수입 명품 브랜드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동등하다는 생각이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너무나 발칙한 생각이다. 수입 명품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마케팅 비용을 지불했고, 아울러 전세계 소비자들이 인식할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국내 디자이너들에게 묻고 싶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과연 누가 매긴 것인가? 바로 디자이너 본인들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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