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패션의 자존심 이랜드그룹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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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7 오후 5:28:28


이랜드그룹이 한국 패션시장에 세 번째 프러포즈를 했다.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지난 15일 글로벌 SPA 브랜드 「스파오(SPAO)」의 공식 출범을 알리며, “이는 이랜드의 세 번째 프러포즈”라고 밝혔다.

1980년 이대 앞에서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을 만들어 국내 패션산업의 성장을 이끈 것이 첫 번째였고, 2001아울렛을 통해 유통의 거품을 뺀 것이 두 번째였다면, 이번 세 번째 프러포즈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종 SPA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먼저 30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랜드 그룹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랜드는 프랜차이즈를 통해 국내 패션산업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또 전문인력에 대한 지속적 교육훈련 투자로 한국 패션산업을 지식산업화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중국시장에서 새로운 신시장을 개척하는 등 지난 30년간 한국 패션산업에 매우 많은 공헌을 했다. 패션에서 돈을 벌어 인재양성과 해외시장에 투자하고, 다시 그 여세를 몰아 또다시 패션산업에 투자하는 이랜드의 모습은 업종 대표 기업으로서 존경받아 마땅하다.

이랜드 그룹의 신규 사업이 보다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애정 어린 마음에서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첫째, 한국형 SPA에 대한 ‘기준 모델’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프랜차이즈는 본사의 상품력, 마케팅력이 대리점주의 자본, 경영능력과 결합돼 만들어낸 분권형 사업모델이다. 이에 비해 SPA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출발했다.

SPA는 상품기획에서부터 생산, 머천다이징,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매장 중심의 직영체제다. 또 대자본과 경영능력이 필요하며, 특히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핵심이다. 글로벌 소싱능력과 매장 중심의 상품개발력도 갖춰야 한다. 단순히 싸고 좋은 상품이 아닌,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패션산업의 가장 진화된 발명품이 SPA 형태인 것이다.

소비자 시대가 만들어 낸 업태 SPA가 이랜드에 의해 어떤 모습으로 빚어질 지 기대가 높다. 싸게 만들었지만 품질을 놓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지난 90년대 초반의 뼈아픈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라는 한국형 패션 비즈니스의 모델을 만들었던 이랜드가 글로벌 SPA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형 SPA의 모델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해 본다.

둘째, ‘덩치’와 ‘빨리’의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해외에서 사례에서 본다면 SPA는 단위 매장의 성공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첫 매장의 성공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 인력도 양성해야 한다. 로컬(local)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확신이 들 때 광역 상권으로 나가거나 숫자를 늘려야 한다. 한 매장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얻는다면 다음 단계는 순탄할 것이다.

이랜드가 1차 경쟁 상대로 꼽은 「유니클로」는 창업 10년 만에 광역 상권인 도쿄로 진출했다. 출시 첫해 몇 개점, 3년 내 매출 얼마 등의 외형적인 수치는 과거 공급자 시대, 성장기 시대의 논리다. 최근 국내 패션시장은 글로벌 SPA 브랜드의 파상공세로 사각 코너에 몰렸다. 국내 패션업체는 몇몇 대기업 외에는 체계적인 대응력이나 투자 여력이 열악한 중소업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에는 리앤풍이나 미쯔비시처럼 소싱에 대한 고급 정보와 능력을 패션업체들에게 제공해주는 매개체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주변 상황을 감안할 때 이랜드그룹의 도전은 국내 패션산업의 생존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정보와 지식을 독점하기보다는 공유함으로써 국내 패션업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지식과 정보는 나눌수록 더욱 커진다는 이랜드 스피릿을 업계 전반으로 확대해 주기를 염원하며, 업계를 대표해 다시 한번 이랜드그룹의 새로운 프러포즈에 대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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