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의 가장 큰 미덕은 소비자를 왕으로 생각하는 고객 감동의 서비스 정신이다. 어쩌면 그 정신 때문에 오늘날 한국 유통의 풍요로움이 가능했을 것이다. 사실 ‘안 파는 것 빼고는 다 판다’는 백화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 수많은 영세업체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장 쪼개 임대하기(?)를 통해 양적 성장을 이룩한 우리네 백화점은 최근 양극화 시장에 발맞추기 위해 질적 변신을 선언했다. 바로 다름아닌 ‘럭셔리 백화점’, ‘명품 백화점’을 모토로 한 수입 전문 백화점 만들기다.
롯데, 신세계, 현대의 사활을 건 ‘명품 타령’에 양극화의 피해자인 서민들은 그저 냉가슴만 앓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돈 내가 쓰겠다는 데 무슨 상관이냐”는 일부 졸부와 백화점의 ‘부부 일심동체’와 같은 소비정신조차 없다면 내수 경기가 어렵다는 여론의 내수 활성화 논리 때문이다. 이들 두 집안은 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남다른 노하우로 부를 축적하는 것이나, 전세를 올리면 집을 옮겨야 하는 세입자와 마진율을 올리면 매장에서 반강제 아웃되어야 하는 입점업체의 아픔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것이 태반이지만 말이다.
최근 국민 정서에 비추어볼 때 몇몇 대형 백화점들의 ‘명품’ 타령은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명품족 1%’를 타겟으로 한 ‘그들만의 리그’를 위한 돈 잔치를 보면서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것이 없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라는 불법 외국인 영어 강사의 말이 새삼 실감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모 백화점의 행태를 보면 1%를 제외한 99%는 안중에도 없다는 인상이다. 서민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세일로 브랜드와 소비자의 갈등을 부추겨 돈을 벌더니, 그 혈세(?)로 만드는 ‘명품 백화점’의 주인공이 대한민국 1%와 해외 관광객들이란다. 하기야 국민의 세금인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간신히 살아난 우리은행이 국민의 빚은 갚지도 않고 임원들 스톡옵션부터 챙기는 도덕적 불감증이 팽배한 세상에 누구를 탓하겠는가.
어쨌든 그 주인공은 롯데백화점이다. 소위 국내 간판급 백화점이다. 그 백화점 직원의 에스컬레이터 오작동으로 79세 할머니를 죽게 한 사건을 은폐하려다가 적발되는가 하면, 단속권도 없으면서 사설 경비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노점상들을 강제 철거하는 ‘준공권력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2일 영등포역 롯데백화점내 에스컬레이터가 급작동되면서 79세 할머니가 숨졌다. 그러나 당시 롯데백화점측은 책임을 할머니에게 돌리며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주차요원이 에스컬레이터를 오작동시켜 할머니를 숨지게 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영등포경찰서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주차요원을 구속하고, 시설과장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3월 6일 새벽 3시경에는 사설 경비업체 직원 100 여 명이 개장을 앞두고 있는 서울 소공동 명품관 ‘에비뉴엘’ 앞 노점상 12곳을 강제 철거했고, 이 과정에서 용역 직원들은 무력으로 노점상인을 끌어내고, 소화기를 뿌려대며 일부 생활 도구 등을 파손시켰다는 노점상들의 주장이다. 강제 철거 이유는 개장될 명품관 앞에서 노점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노점상 12곳이 생존권 보장 등을 이유로 도로 보수공사를 막고 39일째 농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월 개장 계획이 이달 3월 18일로 연기된 데 이어 또다시 오는 25일로 개장 시점이 연기되었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준비부족을 노점상에게 떠넘기는 대기업답지 못한 행동이다.
물론 롯데백화점 주장대로 과잉 충성에 의해 철거업체가 롯데백화점의 지시 없이 사고(?)를 쳤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모르니까 아무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신용을 중시하는 백화점의 태도로는 옹색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거지에게 동냥은 못할지언정 쪽박은 깨지 않은 것이 우리네 미덕이다. 강제 철거된 노점상들은 이유야 어찌되었든 롯데백화점이 생기기 전부터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 동안 같은 장소에서 노점상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온 우리가 보호해야 할 이웃들이다. 하물며 정부나 관할 구청인 중구청의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외국 관광객을 의식한 ‘미관상’ 이유로 물러나라고 한다면 과연 순순히 물러날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그저 ‘돈만 벌면 된다’ 식의 천민자본주의적 경영으로는 더 이상 유통 사업에 발붙일 수 없다. 건립 초기만 해도 롯데는 ‘정직한 마음과 봉사하는 자세’라는 특유의 기업문화가 있었다. 이제 초심에서 새롭게 출발해 한국 유통의 새로운 신화를 써주길 바란다. 물론 그 전에 노점상과 국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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