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어’야? ‘관광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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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3 오전 10:18:23

지난 18일 막을 내린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는 예년에 비해 외국 바이어들이 유난히 많았다. 특히 중국 바이어들은 전체 외국 참관객 가운데 절반 가량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시장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만큼 전세계로 수출되는 공산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중국 바이어는 최고 영향력을 가진 바이어로 예우받고 있다. 주최측에서도 이런 배경에서 ‘중국 바이어 모시기’에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3일 간 전시장에 머물며 행사를 취재했던 기자는 이들 ‘중국 바이어’들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중국 바이어의 영향력은 인정하지만 적어도 이번 PID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전시된 상품보다는 ‘관광’이나 ‘쇼핑’에 더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또한 실제로 ‘바이어’로 초청된 중국인들 가운데 일부는 섬유·패션업과 거리가 있는 단순 관광객으로 중국 여행사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전시회가 한창이던 16일 오후, 일단의 ‘위장 바이어’들은 전시장 앞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잡담(?)을 나누는 데 시간을 쏟았다. 결국 전시장 안을 둘러보는 중국 바이어들의 실질적인 상담이 많을리 없었다. 상담에 임하는 바이어들도 ‘비싼 가격’을 들먹이며 샘플 채취에만 관심을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참가 업체들도 ‘카피’를 우려해 중국 바이어들에게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가격이 비싸 부담을 가지기보다는 구매의사가 아예 없는 허수(虛數)라는 것. 전시장 앞을 가득 메웠던 이들은 잠시 후 주최측에서 제공한 10여 대의 대형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주최측에서 마련한 기념 만찬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바이어들은 이틀째인 17일 오전 다시 전시장을 찾았다. 두어 시간 전시장을 휘젓고 다니던 이들은 곧바로 조선족으로 보이는 관광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장을 빠져 나갔다. 빨리 서둘러야 서울 동대문시장서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이드들을 통해 이들의 일정을 취재해 본 결과, 이들이 PID 전시장에 머문 시간은 한 나절이 채 안 되었으며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관광과 쇼핑으로 일관했다. 대구시는 이번 전시회에 11억5천만원을 지원했고, 이 가운데 상당액은 유력 바이어를 초청하는 데 사용했다. 초청된 바이어에게 왕복 항공료와 2박 3일 호텔 숙박비를 지원했다. 800여 명에 이르는 중국 바이어들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다. 전시 주최측은 6∼7명의 에이전트와 사전계약을 통해 ‘바이어 한명 초청에 100달러’의 인센티브도 지급하는 등 바이어 모시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물론 구매력이 있는 바이어를 초청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경비를 지원할 수도 있지만 ‘관광객’을 모셔오기 위해 아까운 혈세를 낭비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PID 전시회는 막을 내렸다. 큰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도 PID 전시회는 또 열릴 것이며 대구시의 국고 지원도 계속될 것이다. 이왕 대구 섬유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행사라면, 외형으로 드러난 숫자에 연연하는 ‘정치논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행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특히 매회 참가 업체를 동원하고 바이어를 모셔와야만 되는 전시회보다는, 자발적인 바이어 방문과 참가 업체들 또한 비싼 참가비를 지불하고서라도 기꺼이 참가할 수 있는 비즈니스의 장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정인기 차장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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