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동해 수역의 어업권 확대를 노린 일본 시마네현 사람들의 ‘다께시마(竹島)의 날’ 제정에서 촉발된 것이지만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영토와 주권보호’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작가 이문열 씨는 이 같은 일본의 독도침탈 기도에 대해 ‘독도를 북한에 미사일 진지로 임대해 주라!’고 조롱 섞인 감정적 대응까지 언급했고, 한 시민은 분개해 한강에 투신자살까지 했다. 연일 항의시위가 계속되고 네티즌들의 항의 글도 줄을 잇는다.
관광지에서는 일본인에게 음식을 팔지 않는 일이 생겼는가 하면 각종 한일협력 행사가 취소되고, 한국에서의 일본 제품 판매가 현저하게 줄었다. 우리의 분개와 격정은 도를 더하고 있지만 일본은 대체로 ‘냉정한 대처’라는 의외로 간단한 처방만을 내놓고 있다.
일본의 관리 중 어느 누구도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답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격분의 기운이 가시기를 기다리는 ‘인내’하는 태도다. 그들이 ‘쉽게 격분하고 쉽게 식는’ 한국민의 감정적 흐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처방이다.
그러면 반대로 우리는 일본인의 감정적 흐름을 알고 있는가? 일본을 알기 위해서는 일본의 문화, 일본의 정신을 알아야 한다. 일본인의 감정적 흐름을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 있다면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가 쓴 대하역사소설 《대망(大望)》이 있다. 작가는 일본이 2차세계대전을 주도하면서 죽어가는 일본인과 일본 국민의 비참한 참상을 보고 ‘평화’라는 큰 희망[大望]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의 배경은 히데요시의 조선침공으로, 지금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불멸의 이순신>이 전개되던 시대와 궤를 같이한다. 수백 년 동안의 전란으로 일본 국민들이 ‘피의 역사’를 이어오면서 받는 고통을 종식시키고 일본 역사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진정한 평화시대인 에도막부를 개창하는 시기다.
대망의 주요 등장인물 3인을 꼽으면 일본의 통일전쟁을 주도하는 노부나가, 그를 도와 통일전쟁을 마무리하고 결국 일본의 패권자가 된 히데요시, 히데요시 사후 일본 정국을 장악해 에도막부를 개창한 이에야스 등이다.
이 3인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게 묘사된다. 흔히 이들이 새를 다루는 모습에 비겨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새는 죽여버려라’는 잔혹성을, 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새는 울게 만들어라’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이에야스는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는 극한적 인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시종일관 흐르는 맥은 주인공 도꾸가와 이에야스의 ‘극단적인 인내’이다. 이에야스는 히데요시에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영지를 빼앗기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수모를 참고, 아들을 죽이라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굴욕에도 스스로 아들을 죽이면서 참는다. 히데요시를 암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지만 ‘통일 일본’을 거머쥐기 위해 참는다. 그러면서 일본의 패자가 될 철저한 준비를 해나간다.
이 소설의 내용을 두 마디로 요약한다면 ‘인내’와 ‘준비’이다. 일본인의 ‘준비’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야스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던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공해 7년 전쟁을 벌이면서도 성공하지 못했던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거북선으로 무장한 조선 수군의 존재를 무시했던 것이고, 또 하나는 조선 왕이 있는 한양만 공략하면 조선 백성들이 굴복할 것으로 여겼던 ‘일본식 사고’였다. 세 번째는 조선의 배후에 명나라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당시 화포로 무장한 조선 수군은 이순신이라는 탁월한 군사전략가의 지혜 외에도 조선술과 화포제작술 등의 과학적인 면이 일본을 앞서 있었다. 그리고 백성을 버리고 도주한 임금에게 끝까지 충성을 바치는 조선 백성의 충의정신을 일본 침략군은 이해하지 못했다. 또 조선의 전쟁에 명나라가 개입할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그러나 300여 년 후 일본은 제2차 조선정벌에 나서면서 이 세 가지 과오를 완벽하게 보완했다. 이때 일본은 조선보다 월등한 세계최강의 첨단함대를 앞세웠다. 또 무력으로 짓밟히지 않는 조선인의 충의정신을 허물기 위해 군사력보다는 왕과 대신들을 이간시키는 ‘이간책’에 모든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조선침공을 마무리하기 위해 러시아와 중국을 무력으로 제압하고 구미 열강에는 외교력으로 대처했다. 결국 그들은 조선정벌을 마무리했다.
지금 우리가 독도를 지키고자 한다면 우리의 ‘일시적 격분’과 일본인의 ‘철저한 준비’를 새겨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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