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패션산업 발전을 위한 제언
중국에는 ‘윈저우 상인’이 유명하다. 이들은 저장성(浙江省) 남부 윈저우(溫州) 출신의 사람들로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에서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다. 이들을 ‘돈 벨레’라는 말로 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중국 사람들은 그들의 지칠 줄 모르는 사업 열정과 뛰어난 상술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인들은 덩샤오핑과 윈저우 상인을 중국 개방정책의 양대 축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덩샤오핑도, “우리는 윈저우 모험가들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칭찬할 만큼 윈저우 상인은 중국 경제성장을 주도한 사람들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들 윈저우 상인들의 상재(商才)와 상도(商道)에 대한 전략서가 국내에서도 출판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 어떠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윤을 추구할 만큼 수완이 뛰어난 것이 바로 윈저우 상인들의 저력이라고 한다. 중국 섬유·패션 시장에서도 이 윈저우 상인의 모험정신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지난 2000년에 윈저우 상인들은 지방 자치정부인 윈저우시 정부를 통해 한 여성복 기업에 1천억원(한화 기준)의 거금을 투자했다.
규모가 크지 않고, 보유중인 자산이 많지 않았지만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이었다.
몇 년 후 이 여성복 회사는 상하이 시내 한가운데에 사옥을 설립할 만큼 큰 성공을 거뒀다.
바로 이 업체가 최근 중국 여성복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매터스본」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 국내로 눈을 돌려보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대구시는 2단계 밀라노 프로젝트를 전개중이다. 4년 간 진행된 1차 프로젝트를 통해 대구시는 염색단지 선진화 사업 ‘다이텍 21’과 패션센터 건립, 섬유개발원 단장, 계명대와 공동으로 국책연구사업 추진 등 수많은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대구국제섬유박람회에도 매년 10~2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2단계 밀라노 프로젝트에서도 대구시의 선심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봉제기술연구소에 첨단설비를 들여놓기 위해 수십억원의 자금투여를 검토하고 있으며, 지난 9년 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쉬메릭」에 이은 제2 공동 브랜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구시는 최근 대구시 봉무동에 패션·어패럴 밸리를 조성하기로 했다.
현재 부지매입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상태고, 2008년 완공을 목적으로 조만간 공사에 들어간다. 패션 기업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고, 봉제산업은 이미 상하이와 칭따오(靑島) 등 중국으로 넘어간 지 오래지만 이에는 관심도 없는 듯하다. 또 대구시는 최근 대구시 범어동에 제2 섬유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대구시의 ‘퍼주기행정’은 끝이 없다.
대구가 섬유 산지이고, 섬유산업이 한국 산업화에 기여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퍼주는 정책은 아까운 국고 낭비는 물론 섬유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하드웨어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이미 건립된 하드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사양화된 봉제단지를 유치하기보다는 대구의 섬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 바이어 모셔오기에 급급한, 보여주기 위한 전시회에 돈을 쏟아붓기보다는 전시회 자체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섬유·패션산업은 원사에서부터 완제품,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먹이사슬로 엮어져 있다. 그만큼 업스트림과 미들, 다운스트림간 교류와 협력이 절실하다.
단순 갑-을의 먹이사슬이 아닌 협력을 통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밸류 체인’을 만들어야 한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자기 잇속이나, 정치논리보다는 지역의 경제, 나아가 한 국가의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대구 섬유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정인기 기자
ingi@f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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