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의 판매 수수료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 마트는 최근 내년 신규 입점 브랜드들에게 현재보다 1~2% 인상된 수수료를 통보했다. 패션업체들에 따르면, 이마트는 27%, 홈플러스는 27~28%, 롯데마트는 26~27% 수준의 판매 수수료를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백화점에 이어 대형 마트 판매 수수료도 30%대에 진입하자 패션업체들은 ‘이제 대형 마트도 좋은 시절 다 지나갔다’며 자조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판매 수수료에 중간관리 수수료, 인테리어비, 관리비까지 물고 나면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소비자를 위해 입점 업체와 유통업체 모두 거품을 제거해 소비자에게 인정받자는 초심(初心)은 간데 없고, 골리앗으로 성장하자 나 혼자만 살겠다는 대형 마트의 아전인수(我田引水)격 입장변화에 울분을 느끼는 입점 업체의 심정은 십분 이해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입점 업체들은 억울한 심정을 공정거래위원회나 여론에 호소하고, 공정위는 으레 ‘벌금 00만원’이나 경고조치 등 솜방망이를 두들긴다. 그리고 이미 오른 수수료에 대해서는 순응하고, 또다시 1년이 간다. 대형 마트 수수료가 90년대 후반 이후 매년 1%씩 오른 것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입점 업체 입장에선 참 억울하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유통업체의 책임으로 돌리기엔 논리가 부족하다. 유통업체가 수수료를 올리는 것은 그만큼 유통업체의 힘이 세졌다는 것이고, 반면 입점 업체들은 그만큼 매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인위적으로 고치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은 될 수는 있겠지만, 역효과만 불러올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유통업체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대점포관리법’으로 대응했던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인위적인 조치는 정답이 아니다. 대점포관리법은 유통업체에 대한 강력한 규제였지만, 결과적으로 유통업체 영업을 위축시켜 백화점에 입점한 패션업체들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각설하고 국내 브랜드들의 판매 수수료가 해외 브랜드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경쟁력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유통업체들의 행위에 대해 속앓이 하거나 정부에 읍소하기 보다는 유통업체가 인정할 수 있는 경쟁논리가 필요하다.
브랜드의 경쟁논리 원천은 결국 ‘소비자’다. 소비자의 힘을 누가 끌어오느냐에 따라 입장이 바뀔 것이다. 유통업체가 제 아무리 기고만장하지만 소비자들이 인정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는 자세를 낮출 수 밖에 없다.
‘우리 브랜드는 이미지와 품질, 가격, 서비스에서 소비자들이 감동할 만한 실력을 갖췄는지?’ 스스로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하더라도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소비자의 힘을 믿고, 이들을 내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자성(自省)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정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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