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렸는데도
훈훈한 봄바람에 웅크렸던 나뭇가지가 기지개를 펴니
쪼그라붙었던 나뭇잎이 송글송글 새순이 나오며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
현관을 나서면 향긋하게 느껴지는 솔향기가
한동안 잊었던 내 후각을 자극하여
아름답게 정리된 정원의 나무들을 돌아보면
저마다 봄채비에 바쁘다며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아~ 봄이구나! 봄이 오는 조짐이구나!
이제 가슴 아팠던 고통도 멍울졌던 쓰라림도
모두 겨울 속으로 떠내버리자
외롭고 추웠음은 겨울 때문이었으리라
야속하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기 때문이리니
현관 입구에 봄꽃을 가득 심어놓고
활짝 웃는 그 곱디고운 몸에 물을 주며
내 두 팔을 활짝 펴고 봄을 맞으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여니
이리도 편안하고 행복한 것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나는 결코 외로운 존재가 아님을
속속들이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봄이 오는 조짐이다 이 편안함은…
내 남은 생을 현명하게 살아갈 지혜를 터득하였기에…
이인자
우리나라 의상심리학 분야의 대가인 우향(又香) 이인자(李仁子) 선생이 고희(70세)의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여고 시절 문학소녀를 꿈꾸었던 우향 선생은 ‘제64회 문학시대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정식 시인이 된 것. 특히 당선작 10편의 시는 연륜이 돋보일 정도의 성찰과 관조가 풍부한 구사로 안정감을 주었다는 심사평을 받으며 <문학시대> 2005년 봄호에 실렸다. 한편 우향 이인자 선생은 1936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가정학과를 졸업한 뒤 건국대학교 의상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30년 간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고, 2002년 2월 정년퇴직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건국대 명예교수, 서경대 석좌교수, 한국복식학회 고문 등을 역임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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