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이 할인점 유통을 겨냥한 중저가 신사복사업을 전면 백지화시켰다. 올 가을 시즌 런칭 예정이었던 중저가 신사복 브랜드는 지난해 초부터 TF팀이 구성돼 글로벌 소싱을 통한 고품질에 저가의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경쟁 브랜드 및 할인점 유통의 관심이 높은 사안이었다.
지난달 14일 이태리 밀라노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주요 계열사 사장단들이 참석한 가운데 디자인 전략회의를 열고 월드 프리미엄 브랜드를 육성하고 그룹 차원의 디자인 역량 강화를 위한 ‘밀라노 4대 디자인 전략’을 본격 추진키로 한 이후 결정된 사항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996년 이건희 회장이 ‘디자인혁명’을 선언한 이래 삼성은 디자인과 브랜드 등 소프트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많은 제품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아왔다. 디지털시대 미래 국가경쟁력은 기술과 디자인이 양대 축을 이루고 특히 디자인이 21세기 제품경쟁력의 핵심 요소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은 전 산업 분야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디자인경쟁력 확보가 일반 대중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중저가 제품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할인점 유통 브랜드나 중저가 제품을 포기하고 고소득층만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소비 양극화가 두드러지면서 특정 계층을 위한 기업의 선택적 대응도 증가하고 있으나 중저가의 글로벌 매스볼륨 브랜드와 전통적 명품 브랜드의 갭이 줄어들고 패션 민주주의 혁명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중저가 비즈니스 포기는 시대의 변화에 맞는 적절한 선택이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국내 할인점의 신사복 시장 규모는 이마트, 롯데마트, 까르푸, 홈플러스를 주축으로 작년 기준 약 5천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으며 향후 백화점에 이은 제2의 유통채널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마켓이다.
제일모직은 디자인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통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명품 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의지로 현재 과감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해외 유명 할리우드 스타를 「빈폴」의 모델로 캐스팅, 「빈폴」의 글로벌화를 위해 100억원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 차원의 디자인 명품화 전략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는 「빈폴」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해 과연 우리 브랜드가 세계 속의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을지, 가까운 일본의 사례와 비교해서 과연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류숙희 차장
rsh@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