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정신과 패션행정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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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07 오후 5:13:43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급속하게. 「소니」와 「나이키」가 한참 주가를 올리던 시절에 청소년기를 보낸 필자는 늘 ‘우리는 언제나 저런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에 몸서리쳤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인권유린과 군부독재라는 어두운 그늘도 있었지만 ‘한강의 기적’ 이라 불리는 우리의 고도 경제성장은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수출(?)하던 국가에서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의 노동자들이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찾아오는 나라가 되었으니 이만하면 선진국인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밀라노가구박람회장에서 긴급 디자인회의(?)를 여는 시간, 미국의 ‘리차드크리에이티비티그룹’은 디자인 파워가 강한 국가 베스트 10을 발표했다. 물론 ‘애니콜’의 분전에도 대한민국은 없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가 패션의 모델로 삼고 있는 밀라노나 파리도 10위 안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대신 스웨덴(1위), 핀란드(3위), 스위스(5위), 네덜란드(8위) 등 전체 10위 국가 중 일본(2위)과 미국(4위)을 제외한 8개국이 모두 천연자원이 부족한 유럽의 작은 나라들이었다. 1위를 차지한 스웨덴은 패션 「H&M」, 토털 리빙 「이케아」, 자동차 「볼보」 등이 국가 디자인경쟁력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비결은 디자인, 가격, 기능성이라는 3대 요소가 조화를 이룬 시대정신 때문이었다. 밀라노나 파리가 값비싼 럭셔리 브랜드 만들기와 덩치 키우기에 몰두하는 사이, 스웨덴은 세계적인 디자이너 만들기를 포기하고 세계적인 매스밸류 브랜드를 만들어내 승리한 셈이다. 2위를 차지한 일본은 이세이 미야케, 요지 야마모토, 꼼데가르송, 준야 와타나베와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전 분야에 걸쳐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일본 특유의 디자인을 창출해 아시아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7위를 차지한 아이슬란드의 경우는 초등학교부터 창의력이 몸에 배도록 하는 ‘이노베이션 에듀케이션’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고, 8위의 네덜란드는 ‘창의적인 사고는 창의적인 교육에서 나온다’는 원칙 아래 로테르담 아카데미 오브 아키텍처를 비롯해 10여 개가 넘는 세계적인 디자인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9위의 노르웨이는 아예 국가에서 직접 나서 4개의 디자인 관련 단체를 통합해 공식 정부기구인 ‘이노베이션 노르웨이’를 만들어 중소기업과 벤처 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자동차 「폭스바겐」과 「벤츠」에서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와 질 샌더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의 품질과 디자인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쉽게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10위에 머물렀다. 그럼 우리 패션계의 자화상은 어떠한가. 한국 영화의 선전, 한류 열풍, 현대차 스포티지와 삼성 애니콜의 대박, 초코파이의 러시아 점령 등 국민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수많은 해외발 뉴스 중에 패션 뉴스는 없다.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에 대한 뉴스는 고사하고 패션 브랜드 소식도 없다. 패션에 있어서만큼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매년 때가 되면 고정출연(?) 선후배 패션 디자이너들이 컨벤션홀에 모여 사이 좋게 패션쇼 잔치를 벌이고 일가친척과 지인들의 격려와 박수를 받는다. 정부에서 직접 멍석(?)을 깔아주니까 옷만 만들면 된다. 그야말로 디자이너의 천국인 셈이다. 하지만 그게 다다.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어야 하는데 인풋은 있으되 아웃풋이 없다. 깨진 독에 물 붓기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패션은 개념 없는 산업이 되어버렸다. 인건비 증가로 OEM을 통한 수출이 난항에 부딪히자 기업들은 수출을 포기하고 내수로 돌아섰고, 수입 브랜드가 개방되던 1995년에도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자세로 일관했다. 패션 행정도, 전략과 전술도 없는 마치 거대한 공룡과도 같은 패션계는 디자인이 경쟁력인 21세기에 자칫 천덕꾸러기 산업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스크린쿼터제 사수를 주장하는 영화계와는 전혀 딴판이다. 이제 밥그릇 싸움은 그만두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서울시 예산이 많은 프로젝트라고 해서 서울패션디자인센터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산자부의 예산이 더 많다고 해서 한국패션협회나 섬산연의 목소리가 더 높아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 패션계가 안고 있는 총제적인 난관을 극복할 대안이 제시된 후에 실질적인 국고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패션계에서의 우리 포지셔닝을 찾는 일과 틈새시장을 찾는 일이 급선무다. 더 이상 밀라노나 파리는 우리에게 롤 모델이 될 수 없다. 패션의 역사가 짧은 우리는 풍부한 인력과 동대문과 개성공단이라는 생산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패션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스웨덴의 「H&M」과 같은 디자인, 가격, 기능성이 조화를 이룬 ‘애니콜’과 같은 국제적인 한국산 매스밸류 브랜드를 만들어 비어 있는 거대 시장, 중국과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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