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민선 4기의 핵심 과제로 추진중인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오는 8월, 건축가가 정해지면 총 1만8629평에 달하는 동대문운동장 부지와 주변 도로는 2010년 서울에서 여의도 공원 다음으로 큰 공원이다.
하지만 패션 타운에 공원을 세우는 계획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왜냐하면 선행돼야 하는 패션 타운의 기본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되는 동대문 시장에 공원은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심각한 야간 불법 주차 문제다. 특히 동대문 도매 상권의 피크인 목요일의 야간 불법 주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방 도매 상인들을 실어 나르던 대형 버스 자리에 여전히 승용차가 대체된 동대문 시장의 태생적인 교통 체증은 임시 주차장인 동대문 축구장이 공원으로 바뀌면 더 심각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질서한 노점상 분포와 서쪽 도매 쇼핑몰의 공연으로 인해 생기는 보행 공간의 협소도 문제다. 결국 보행자들은 위험한 차도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복합 도매 상권(뉴존, 해양엘리시움 등)과 재래 상가(흥인, 청평화 등), 그리고 복합도매상가(두타, 밀리오레 등)를 연결하는 통로는 흥인 시장과 두타를 연결하는 지하보도 하나뿐이다. 결국 지하 도로를 늘이거나 홍콩 쯔띠 광창에 있는 쇼핑 건물을 연결하는 구름 다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동대문 상권에는 레저나 오락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없다. 고작 쇼핑몰에서 진행하는 매장 앞 이벤트와 휴식용 의자 몇 개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쇼핑은 문화와 어우러지는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로 진화된 지 오래다. 뉴욕의 브라이언파크에서 패션쇼가 열리지만 관광객들이 공원에 인접한 소호 거리에서 밤을 즐긴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과 런던의 자연사박물관에서 패션쇼가 열리지만 밤에는 인접한 먹거리 공간과 잠자리 공간을 이용한다.
해외 관광객들을 위한 외국어 안내판이 없는 것도 문제다. 최소한 이태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대식 건물에는 최소한 영어로 된 간판이나 안내 데스크, 안내 책자를 찾을 수 없다. 외국인들의 쇼핑을 유도할 만한 인프라가 전혀 없는 셈이다.
상품력이나 시설은 동대문보다 떨어지지만 하얏트 호텔에서 숙박하면서 이태원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이 더 많은 이유다. 이태원에는 쇼핑뿐 아니라 이국적인 볼거리와 먹을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동대문 상권 지역에 숙박 시설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하얏트나 신라호텔 역시 체감적으로는 이태원에 가깝다. 아시아의 패션 메카를 부르짖는 쇼핑 거리로서는 최악의 조건이다. 결국 동대문 야구장 자리에는 공원과 함께 호텔급 숙박 시설과 이국적인 레저 시설이 함께 들어서야 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 최초로 등장할 예정인 5성급 호텔 ‘트럼프 소호’는 동대문 공원을 추진 중인 서울시에 새로운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뉴욕 맨해튼 한 가운데 세워지는 럭셔리 글라스 타워 ‘트럼프 소호 콘도미니엄’은 허드슨 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게 45층 높이로 지어진다. ‘트럼프 소호’가 들어설 소호는 뉴욕의 예술, 패션 문화의 중심지로 90년대 중반 이후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세계적인 패션 도시로 변모했다.
트럼프 소호 호텔이 오픈하게 되면 거의 매일 크고 작은 전시나 영화 시사회, 패션쇼나 뮤직 쇼 케이스가 열릴 것이며 전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은 자연스럽게 이 호텔에 숙박하게 돼 이는 소호의 관광 수입으로 연결될 것이다. 럭셔리 호텔의 척도 중 하나인 호텔 내 헬스 클럽과 스파의 경우도 호텔 최고 층에 만들어져 뉴욕 최대 규모의 휴양지에서 맨해튼 주변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뉴욕의 패션 랜드마크가 생기는 셈이다.
다양한 이벤트와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연중 세계 패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패션쇼를 주요 쇼핑몰에서 개최해 관광객을 모으는 홍콩도 구룡 지역 투어 상품을 개발해 특1급 호텔이 밀집된 침사추이와 흉흠의 시계 타워, 페닌슐라 호텔, 고대유물 소장센터, 박물관 등 14개의 대표적인 건물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여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다. 물론 그 투어 상품 안에는 쇼핑 코스가 들어 있다.
그럼 서울시의 랜드마크는 과연 무엇일까? 63빌딩과 인사동, 청담동으로는 너무 빈약하다는 생각이다. 동대문에 서울, 아니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패션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서울 시민만을 위한 공원 조성이라면 여의도 공원으로도 충분하다. 이태원은 너무 좁고 동대문은 넓다. 이태원의 밤 문화와 동대문 쇼핑 문화를 접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유재부 편집장·상명대 겸임교수
jby@fi.co.kr
- Copyrights ⓒ 메이비원(주) 패션인사이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