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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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5 오전 10:18:26

나른한 오후,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잠을 깨워보려고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꾸벅꾸벅 졸고 마는 춘곤증의 계절, 봄이다. 따뜻한 햇살이 기분 좋은 낮 시간에 멍하게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계절 변화를 알린다. 겨우 내내 모노톤의 코트, 재킷, 팬츠, 스타킹으로 몸을 감싸고 있던 사람들의 옷 차림도 어느새 가벼워졌다. ‘화이트’에 맞는 제목을 붙이라고 하면 <순수의 시대>가 떠오른다. 여기서 <순수의 시대>는 마틴 스콜시지가 1870년대 뉴욕 상류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그린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화이트 컬러가 주는 한없이 맑고 깨끗하고 꾸밈 없는 이미지, 이제부터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고 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이미지와 ‘순수’라는 단어가 절묘하게 매치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면에서 이 영화의 제목과 스토리가 주는 이질감이 매우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화이트가 갖는 이미지가 절대적인 순수이기 때문일까. 화이트는 그 어느 컬러보다도 ‘시작’을 알리는 일에 이미지 컬러로 많이 사용되는 듯 하다. 순수함, 새로운 시작과 가장 잘 일치하는 화이트 컬러의 이미지 가운데 하나가 웨딩 드레스다. 봄이라는 계절적 배경과도 어우러지는 웨딩 드레스는 시기, 국적을 불문하고 화이트 컬러를 떠올리게 된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눈여겨 봤을 웨딩 드레스. 어린 시절 TV에서 봤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꼬리(?)가 긴 웨딩 드레스는 이제 한물 간 유행이다. 미니멀리즘 트렌드가 웨딩 드레스에도 반영된 영향인지 최근에는 심플한 스타일이 대세다. 연예인들의 결혼식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특별한 장식이 없는 A라인 드레스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몸에 피트되는 스타일의 순백색 드레스는 자연스러운 누드 메이크업과 심플한 헤어스타일로 청초함이 강조된다. 최근 결혼식 트렌드에서는 웨딩 드레스가 심플하고 단순해지면서 부케가 화려해진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부케에서도 내추럴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스타일이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흰색과 녹색을 대비시켜 순수함을 강조하거나 여성스러운 느낌의 꽃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웨딩 드레스는 화이트 컬러가 갖는 순수하고 청초한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불어오는 봄 바람과 맑은 하늘을 쳐다보면서 생각해보자면, 웨딩 드레스가 줄 수 있는 화이트 컬러의 ‘순수함’이야말로 로맨틱 그 자체인 듯 하다.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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