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매력적인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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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5 오전 10:19:14

매년 날씨가 추워지면 무채색이 유행한다고 하던가. 지난해 가을ㆍ겨울에는 ‘시즌 트렌드’라는 이름 아래 그 어느 때보다도 블랙 컬러가 거리를 휩쓸었다. 블랙 스키니 진, 블랙 원피스, 블랙 재킷과 코트… 오죽하면 블랙 컬러의 아이템을 내놓지 않은 패션 브랜드는 가을ㆍ겨울 장사를 망쳤다는 말이 나왔을까. ‘블랙’이라는 컬러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보여준다. 가장 깔끔하고 무난하게 매치할 수 있고 다른 어떤 컬러와도 다 어울려서, 늦게 일어나 급하게 외출 준비를 할 때 가장 활용도가 높은 컬러, 격식을 갖춘 자리나 캐주얼한 자리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컬러, 쉽게 때가 타지 않기 때문에 옷 뿐만 아니라 가구, 소품 등에도 활용할 수 있는 컬러가 바로 블랙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블랙’이라는 컬러를 접하면 영화 <매트릭스>와 영국이 떠오른다. 우선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매트릭스>. 1999년에 선보인 이 영화는 인간의 기억을 지배한다는 가상의 미래 사회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블랙으로 치장한 키아누 리브스의 패션으로 보여줬었다. 녹색 바탕에 검정 글자가 후두둑 떨어지는 매력적인 오프닝(비록 일본 에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오프닝을 그래도 빌렸다고 하더라도)과 함께 슬로모션으로 총알을 피하는 키아누 리브스는 꽤 인상적이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의아해 할지도 모르지만, 영화 <매트릭스>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영국과 매치된다. 영화가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영국으로 유학을 간 친구가 “여기 사람들은 옷 차림이 죄다 <매트릭스>야”라는 말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에 첫 발을 내딪은 친구의 눈에 영국 사람들은 모두 청바지에 흰 티셔츠, 블랙 가죽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새로 구입해 간 형광색 우산을 당당하게 펼쳐든 친구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흘끔거리고 쳐다볼 만큼. 패션에서 브리티시 열풍이 거세지고, 세계 패션계에 다양한 모티프를 제공하고 있는 영국이지만, 영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무채색 컬러를 선호하는 블랙 마니아가 많다고 한다. 블랙을 중심으로 한 무채색 컬러는 세련된 컬러고, 반대로 비비드 컬러는 고급스럽지 못하고 촌스러운 컬러라는 인식을 가지고 말이다. 이러한 영국인들의 인식대로 블랙은 나이와 성별, 장소에 상관없이 멋스러움을 뽐낸다. 따뜻한 봄이 돌아오면서 패션 매장에는 다시 비비드 컬러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메탈릭 컬러와 형광 컬러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어떤 스타일의의 옷, 어떤 소품, 어떤 자리에도 부담없이 입을 수 있는 블랙 컬러의 유혹은 변하지 않을 듯 하다.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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