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서울컬렉션이 3월 28일부터 9일간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특히 일정 중에 이틀 동안을 ‘맨즈데이’로 정해 28일과 29일 이틀간 남성복으로만 컬렉션을 진행했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다소 꿀꿀한(?) 날씨였지만 예상외로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자사의 대표 디자이너를 전면에 내세운 3개 내셔널 브랜드 참가에 촉각을 세운 경쟁 브랜드가 정보 수집 차 들른 경우도 있었겠지만 유명 프레스와 백화점 바이어, 관객들의 수가 여는 유명 디자이너 부럽지 않았다. 첫날 흥행(?)을 걱정했던 주최측의 우려는 기우로 끝난 셈이다.
「XESS by 박성철」 「mvio by 장형태」「BON by 한상혁」이 참가한 첫날 패션쇼는 우려와 달리 완성도 높은 패션쇼를 선보였다.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비티와 실용적인 브랜드력이 어우러진 실질적인 컬렉션이라는 평이었다.여기에 Fnc코오롱이 흑기사로 나선 서은길의 「G.I.L 옴므」까지 가세했으니 그야말로 내셔널 남성복 브랜드의 날이었다.
다음 시즌에는 여성복들도 많이 참가해 기존 디자이너 브랜드와 내셔널 브랜드가 조화를 이루는 패션쇼를 만든 다음 외국 브랜드들이 가세한다면 5대 컬렉션을 향한 서울시나 산자부의 꿈은, 꿈이 아닌 현실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셔널 브랜드의 서울컬렉션 참가는 ‘내셔널 브랜드가 디자이너들의 잔치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를 터부시하던 한국 패션계로는 엄청난 발전인 셈이다. 심지어는 너무 잘나가는 내셔널 브랜드의 모습에 벌써부터 참가 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사실 그 동안 우성I&C의 경우 디자이너 한상혁 보다는 「본」을 전면에 내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서울컬렉션 측의 빈축을 사기도 했고, 선정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늘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제일모직의 「엠비오」와 제스인터내셔널의 「제스」는 처음부터 디자이너를 앞세운 전략으로 그 동안 디자이너 없는 내셔널 브랜드의 컬렉션 참가 불가를 외치던 일부 선정 위원들에게 성의(?)를 표시한 셈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는 사실이다. 현재 세계 패션은 급속도로 패션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다. 내셔널 브랜드가 살아야 디자이너 브랜드도 산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해외 시장의 트레이딩업과 트레이딩다운을 주도하는 매스밸류 브랜드 「H&M」과 「자라」를 브랜드를 만들어 낸 것은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아닌 스웨덴과 스페인이다. 코코 샤넬이나 조르지오 아르마니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는 배출하지 못했지만 「H&M」과 「자라」와 같은 내셔널 브랜드를 만들어낸 힘을 바로 시대 정신을 따른 결과이기에 우리 패션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세계 패션은 자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도 이미 핸드폰이나 자동차 TV 등 첨단 IT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와 치열한 시장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 패션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먼저 만든 다음 그 브랜드를 이끌어갈 디렉터를 외국에서 스카우트하거나 자체적 발굴하면 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독일인 칼 라거펠트고,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영국인 존 갈리아노고,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미국인 마크 제이콥스다. 「에르메스」만이 프랑스인 장 폴 고티에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하고 있다. 바로 글로벌 패션이다.
필자는 서울컬렉션에 많은 내셔널 브랜드들이 참가해서 실질적인 바잉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 그리고 많은 패션 기업들이 참신한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장소로 활용했으면 한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의 이동에 따라 패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브랜드 중심의 패션 프로세스가 정착 되었으면 한다. 또한 서울컬렉션을 통해 대한민국이 하나 되었으면 좋겠다. 서울컬렉션은 서울이니 부산이니 대구니 하는 지역 색 없이 누구나 참가했으면 좋겠고, 카프다니 스파티 뉴웨이브니 하는 당파성도 서울컬렉션 기간 동안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한국 패션의 대중화와 산업화와 세계화를 외친지 20년. 이젠 시간이 없다. 이 세 가지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서울을 대한만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패션 캐피털’로 만드는 것이다.
일본을 보자. 3년 전부터 일본 정부와 패션계는 ‘동경컬렉션’을 확대한 ‘재팬패션위크인도쿄’를 만들어 다시금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패션 대국을 꿈꾸고 있다. 그 중심에 바로 일본의 내셔널 브랜들이 중심 역할을 하고 있고, 이세이 미야케 같은 디자이너들이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빈폴」 「EXR」 「DOHC」와 같은 내셔널 브랜드를 「Y&Kei」처럼 해외 컬렉션에 디자이너와 함께 진출시켜야 한다. 디자이너의 시대가 아닌 브랜드의 시대가 이미 열렸기 때문이다.
유재부 본지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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