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대 4.
2월 7일부터 3일간 열렸던 <서울패션소싱페어>에 참가했던 두 소싱업체의 바이어 상담 건수의 차이다.
똑같은 3일을 투자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상담건수 150건인 업체나 4건인 업체 모두 이번 전시회 이전에 국내외 다른 전시회에 참가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또 이번 전시회 참가 전에 결과를 확신하지 못해 참가 여부를 두고 망설인 것도 같다. 두 업체 간 실력도 취재해 본 결과 많이 차이가 난다는 인상도 받지 못했다.
물론 상담건수가 150건인 업체는 바이어들의 관심이 쏟아지자 시간이 지날수록 의욕적으로 변하는 반면, 4건인 업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평불만이 늘고 의욕도 떨어져 부스를 비우는 시간이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역시 150대 4라는 결과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두 업체 사이의 이 같은 극명한 차이를 가져온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행사 마지막 날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상담건수 150건인 업체에는 바이어가 찾는 것이 있었던데 반해, 4건이 업체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바이어가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사실 전시회가 열리기 전에는 두 업체 모두 알지 못했다. 상담수 150건인 업체조차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것을 바이어들이 그토록 찾고 있었다는 걸 몰라 참가 여부를 두고 마지막까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참가업체가 의도하지 않은 부분에서 바이어들의 반응이 나타난 사례는 또 있다. 이번 전시회에 참가한 한 데님 전문업체. 이 업체는 전시회를 위해 3주 만에 25벌의 샘플을 제작해 선보였다. 이 회사는 이번 전시회 참가 목적을 새로운 남성복 거래처를 확보에 두고 준비해 왔다. 때문에 샘플도 남성복 아이템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 하지만 반응은 의도하지 않았던 여성복 브랜드에서 더 좋게 나왔다.
전시회 목적은 거래처 발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들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회에 참가했던 또 다른 업체는 자신들이 주력으로 하는 아이템 이외에 또 다른 아이템 기획과 생산능력을 어필할 목적으로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전시회에 참가한 후 경쟁업체들의 전문성을 보고 이러한 생각을 바꿨다. 섣불리 또 다른 아이템을 하기 보다는 자신들이 잘 하는 주력 아이템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다.
일본이 2차 대전의 패전을 딛고 경제대국으로 올라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 세계만국박람회 참가를 꼽곤 한다.
박람회 참가를 통해 일본은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능력과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고, 이후 잘 하는 것은 살려가고 부족한 것은 매워가며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만일 전시회가 갖는 이러한 교훈을 얻지 못하고 거래처 발굴에만 의미를 두고 성과 여부를판단 한다면, 비록 상담건수가 150건인 업체일지라도 이번 전시회는 내실 없는 전시회였지 않았을까?
박찬승 수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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