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년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소위원회를 열고 산자부 섬유생활팀이 신청한 구조혁신 실천방안 예산을 89억6천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당초 산자부가 섬유산업 구조혁신 특별법 제정이 계류되면서 섬유패션산업의 구조혁신 실천방안 추진을 위해 예결위에 신청한 섬유스트림간 협력사업 183억원, 패션디자인 글로벌사업 200억원, 해외시장 맞춤형 마케팅 지원사업 50억원 등 총 433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이다.
이처럼 국회가 새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섬유패션 분야의 산업구조혁신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됐지만 업계는 너무나 조용하고 평온하다. 예산이야 누구나 많이 타내고 싶은 것이 당연할진대, 심의과정에서 삭감되는 것은 또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당초 산자부가 신청한 433억원의 약 1/5 수준인 89억원으로 수정통과됐다. 이는 지난 회기년도 보다도 대폭 삭감된 액수다.
때문에 섬유패션업계가 2007년 추진하려던 여러 가지 구조혁신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런데도 산자부 관계자는 ‘여러 예산이 삭감되는 중에 그나마 다행이다’는 무책임하고 무사 안일한 답변을 하고 있다.
또 섬산연을 비롯한 섬유패션관련 수많은 유관단체들도 입으로만 불만을 토로할 뿐 누구하나 나서서 이를 따지고 매달려서 예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섬산련의 경세호 회장이 신년모임에서 국회에 계류중인 ‘섬유산업 구조혁신 특별법’ 통과를 올해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말이 매우 공허하게 들린다. 필자는 산자부나 섬유패션 유관단체들이 국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좀 더 많은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턴가 ‘데모 제국’이 됐다. 데모를 하고 시위를 해서 떼를 쓰면 확실히 대우가 달라지는 이상한 사회가 된 것이다. 평균 연봉이 5500만원을 상회하는 현대자동차 공장노동자들이 매년 연례적으로 데모를 하는 이상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또 우리 사회의 가장 약자로 남아있던 농민들은 각종 사안마다, 거의 매년 연례적으로 시위를 한다. 그래서 농민들의 영향력은 국내 NGO 중 최고다. 물론 아직도 농민들이 안고 있는 사회적 소외와 불이익이 크다고 생각되지만, 최근 무너지기 시작한 섬유패션업계의 구조적 추락은 결코 농업보다 작지 않을 것이다.
도시 서민들의 최대 생계업종이던 의류제조업은 모두 무너져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떠났다. 섬유생산공장도 모두 중국에 뺏기고 이제 국내엔 텅빈 공장건물과 녹슨 기계잔해들만 남았다. 우리의 패션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로 아직 세계와 경쟁할 어떤 준비도 되어 있지 못하다. 이같은 섬유패션산업의 붕괴는 도시의 서민들은 더욱 곤궁하게 만들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섬유패션업계에 대한 정부기관이나 국회, 언론의 홀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잘못을 아무도 따지지않는 무기력과 무능의 당연한 댓가는 아닐까. 섬유패션업계의 유관단체들은 대체로 중소기업 사장들이 주도하고 있어 태생적으로 점잖다. 유관단체의 근무자들도 대부분 관료화 되어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투쟁적이고 선동적인 문화와 거리가 멀다. 대우해 주면 좋고, 안 해주면 섭섭한 정도에서 끝난다.
섬유패션업계 종사자들은 정부정책의 잘못으로 당장 자신들의 사업이 망하고 밥줄이 끊기고 있는데도 사업운을 탓하고 자신의 무능에서만 이유를 찾는다. 법학을 공부하는 학도들이 법을 배우기 시작할 때 배우는 첫 구절이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구제받지 못한다’는 법해석이다. 아주 상스런 표현으로 ‘무는 개를 돌아 본다’고 했다. 데모나 시위는 민주국가에서 행하는 저항권으로 신성한 권리의 일종이다.
더구나 데모 제국인 대한민국에서 아무런 액션도 보여주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새해 사업기획안이랍시고 제출해 놓고 점잖게 기다리면 이미 동작 빠르고 악착같은 다른 부서에, 다른 단체에 예산은 다 뺏기고 없어지는 것 아닌가.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할 때도 전력을 다한다’고 했다. 무기력하고 무능한 산자부 공무원과 섬유패션 유관단체들이 살점을 떼어내고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스런 개혁을 통해 그들의 숨겨진 날카로운 발톱을 곧추세우지 않는 한 ‘21세기 패션 강국’의 꿈은 결코 이뤄지지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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