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까지 잠잠하던 대도시 중심 상권 가두점들이 8월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한 브랜드 영업부서장은 “휴가 전까지만 해도 중심 상권 대리점주들이 결정을 내리지 않아 매장확보 문제로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히 휴가철이 끝나면서 개설 결정이 이어져 최근 1∼2주 사이에 20군데가 확정됐다”고 말했다.
당초 올 하반기는 신규 브랜드가 적고, 공격적으로 유통전략을 펴는 브랜드도 많지 않아, 매장확보가 예년보다 쉬우리란 시각이 많았다. 또 수익형 상권에 대한 관심 증가로 중심 상권 쏠림 현상도 심하지 않으리라 보였다.
물론 이와 반대된 견해도 있다. 새로운 성장시장으로 간주된 어덜트캐주얼 브랜드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펴고, 장사가 되는 브랜드도 많지 않아, 대리점주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임으로 오히려 매장 확보가 어려워지리란 관측이 그것이다. 하지만 어덜트캐주얼들이 공격적인 유통전략을 편다 해도 주로 중소도시나 변두리상권, 심지어 재래시장이나 할인점 등 수익형 상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중심상권 매장들과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을 것이다. 장사되는 브랜드가 없어 매장들이 움직이지 않으리란 전망도 그렇다. 장사되는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현재 장사가 안 되는 매장이 많다는 것이므로 점주들이 어떤 식으로든 매장에 변화를 줄 것 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7월 말까지 대도시 중심 상권 점주들의 움직임이 없었다. 때문에 브랜드 본사와 영업파트 담당자들의 속앓이는 그 어느 때보다 컸다.
7월까지 대리점들이 움직이지 않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유리한 조건을 받기 위한 대리점 측의 심리전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매장 개설 시점에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영업 담당자와 브랜드 본사는 당황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대리점들이 결정을 미뤄, 조급한 마음에 몰린 본사로 하여금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결정을 미루고 브랜드 간 경쟁을 붙임으로써 유리한 조건을 제시받는 경우도 있다. 대리점주 중에는 브랜드 간 거래 조건 차이를 들먹이며 노골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이도 있다. 실제로 최근 2∼3년 동안 이를 통해 좋은 조건을 제시받은 매장도 많다.
대리점주의 이러한 심리전을 감안, 최근 브랜드 중에는 매장 개설 시점을 당기거나 늦추는 방식으로 이를 피해가는 사례도 목격되고 있다. 신규 브랜드 중에선 런칭 시점을 아예 비시즌으로 당기는 경우도 있다. 또 일부 브랜드는 가두점 대신에 해당 상권 패션몰에 먼저 매장을 개설하는 전략을 펴기도 한다. 한 브랜드 본부장은 “조급하게 매장을 오픈하려다 보면 무리수를 두게 마련이다. 전문점에 먼저 입점해 내실을 다지면서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가두점을 공략하면 유리한 조건으로 매장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본사와 대리점은 파트너 관계다. 본사는 상품과 브랜드, 영업 노하우를, 대리점은 매장과 자금, 노동력 제공을 통해 수익과 이익 극대화라는 공동 목표를 실현해 가는 것이다.
이러한 파트너 관계가 지속성을 갖고 바람직하게 운영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 버티다 보면 어느 한쪽은 좀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본전 생각에 어떻게든지 뽑아 먹으려 들 것이다. 이래서는 시작부터 파트너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박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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