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빨리 돌려! 에이, 누가 대통령으로 뽑은 거야. 꼴보기 싫어.’
신년사를 하기 위해 대통령의 얼굴이 TV 화면에 비치자 너도나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국민들이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경멸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니 슬프고도 슬픈 일이다. 그래서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지지도는 10%대를 맴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을 대놓고 ‘하야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성숙된 탓도 있겠지만 이제 임기가 1년 정도밖에 남지않아 현 대통령에게 포기하고 차기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으니 다음 대선까지 자리만 잘 지켜 달라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해(丁亥)년 새해 벽두부터 신문과 방송은 올 12월 1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여론조사에 근거한 후보별 지지도에서 당선 가능성, 그리고 후보들이 제기하는 주요 이슈에 대한 분석 등 내용도 다양하다. 서서히 닳아 오르는 대선. 이제 각 후보 진영에서는 선거공약 개발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때에 필자는 각 대선 후보들에게 ‘패션산업’ 관련 정책공약을 꼭 개발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왜냐면 패션산업은 21세기 한국민들에게 국부(國富)를 안겨줄 가장 유망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60~70년대 근대화 시기 봉제산업으로 가난한 국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외화 벌이를 하였다. 당시 최고의 효자산업은 봉제산업이었다. 봉제산업은 소자본으로 큰 기술력이 없어도 부지런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으로 부지런하고 근면한 우리 국민성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봉제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아 이미 높아지기 시작한 국내 인건비를 지탱할 수 없어, 결국 중국 등 더 값싼 노동국가로 대체되고 우리는 사양산업으로 낙인 찍었다.
그러나 봉제산업과 패션산업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패션산업은 첨단기술산업이며 무형의 브랜드 산업이다. 때문에 오늘날 패션 선진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일본 등 초강대국이며 최고의 선진국들이다. 이들 국가가 패션산업으로 벌어들이는 국부는 천문학적 숫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국내 대기업 중에 세계 100대 브랜드에 삼성을 비롯한 2~3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패션 브랜드는 10여개나 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 일본, 홍콩 등이 연간 패션과 관련해 끌어들이는 관광객이 수백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패션 도입 불과 20여년의 짧은 역사에도 놀랄만큼 발전해 이미 세계 5위권을 넘보는 아시아의 패션 최강국이다. 앞으로 정책적으로 잘 관리한다면 IT산업과 마찬가지로 세계 패션계를 우리가 주도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그 근거로 다음 몇 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 우리 국민들의 섬세함과 근면성에 가장 잘 부합하는 산업이다. 둘째, 우리 국민은 성격이 급하고 빠른 변화와 새것을 유달리 좋아하여 빠른 패션 트렌드에 잘 맞는다. 셋째, 우리 국민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탓에 세계에서 가장 옷을 잘입는 민족으로 태생적으로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넷째, 중국 일본 우크라이나 인도네시아 등 거대한 패션 소비 시장이 근거리에 있고 소비력이 날로 높아가고 있다. 다섯째,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패션 관련 대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여섯째, 서울 수도권 인구가 2,000만명에 달해 거대한 내수소비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일곱째,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패션 유통에 대한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
이같은 좋은 여건에도 우리의 패션산업이 아직 세계를 리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근대 패션산업이 서양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그동안 세계 패션의 중심이 유럽에 있었고, 왕성한 소비력이 필요한 패션산업 특성상 국민소득이 낮은 국내에서 충분히 꽃피지 못한 탓이다. 아울러 국제화에 훈련돼 있지 못한 기업의 문제도 있다. 하지만 이제 열리는 국민소득 3만 달러시대에 높아질 패션 향유욕과, 중국 중심의 동북아시대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소비시장을 발판으로 우리의 패션기업들은 세계 리딩기업으로 성장할 충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충분한 정책적 지원만 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들은 유권자가 가장 많은 패션산업을 주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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